100만 명 중 5명 발생, 초희귀 심장이소증
90% 이상 출생 전·직후 사망하는 질환이지만
흉강 안에 심장 넣은 뒤 배양 피부 덮는 재건술
서울아산, 국내 최초 심장이소증 신생아 치료 성공 [파이낸셜뉴스] 심장이 흉곽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채 태어난 초희귀 선천성 질환 신생아가 국내 의료진의 다학제
협진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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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서린이 가족이 셀카를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17일 서울아산병원은 ‘심장이소증(ectopia cordis)’을 앓고 태어난 박서린(여, 8개월) 양의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생아 심장이소증 생존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서린이는 지난 4월 10일 임신 38주 만에 서울아산병원에서 태어났다. 출생 당시 흉골이 형성되지 않아 심장을 보호할 구조물이 없었고, 가슴과 복부의 피부조직도 결손돼 심장과 폐 일부가 몸 밖으로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아기가 울거나 힘을 줄 때마다 심장과 폐가 외부로 밀려나왔고, 폐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자가 호흡이 어려운 위중한 상황이었다.
심장이소증은 심장이 흉강 내에 위치하지 않고 체외로 돌출되는 원인 불명의 초희귀 질환으로, 100만 명 중 5~8명꼴로 발생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출생 전 사망하거나 출생 후 72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생존 사례는 물론 치료 경험조차 거의 없었다.
서린이의 부모는 3년간 14차례 시험관 시술 끝에 얻은 아이였다. 임신 12주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이소증 진단을 받았고, 처음 진료한 병원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출산을 포기하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하지만 부모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태아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융합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가동했다.
산부인과 이미영 교수는 임신 기간 내내 정밀 초음파로 태아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고, 소아청소년심장과 백재숙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최은석 교수는 해외 문헌을 총동원해 치료 가능성을 검토하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출생 직후 의료진은 감염과 외상을 막기 위해 인공호흡기 치료와 멸균 드레싱을 시행했고, 생후 다음 날 성형외과 김은기 교수가 노출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인공피부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세 차례에 걸쳐 흉강 내 공간을 확보하며 심장을 점진적으로 안쪽으로 이동시키는 고난도 수술을 시행했다. 간을 아래로 이동시키는 등 정교한 조작 끝에 생후 두 달 만에 심장은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6월에는 자기유래 배양피부를 이용한 흉부 재건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융합의학과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흉부 보호대를 제작해 외부 충격을 최소화했다. 재활 치료도 병행됐다.
서린이는 이후 상태가 안정돼 일반병동으로 옮겼고, 생후 100일 무렵 처음으로 부모에게 미소를 보였다. 현재는 퇴원해 외래 진료를 받으며 성장 중이며, 향후 성장 후 최종 흉벽 재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서린이의 어머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서울아산병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재숙 교수는 “한 걸음씩 포기하지 않은 선택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었다”며 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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