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 매수자·소수주주 매도자 구조, 이해상충·정보비대칭 가능성
공개매수 상장폐지 쌍용씨앤이·티엘아이·락앤락·커넥트웨이브·제이시스메디칼·신성통상·비즈니스온  |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
[파이낸셜뉴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강제매수의 95% 주식보유 요건을 피해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이용하면 최대 66.7%의 주식만 확보할 경우 소수주주를 축출할 수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 황현영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이 6일 "강제매수를 이용한 상장폐지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의한 상장폐지 모두 동일한 소수주주 축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한 발언이다. 우리 법원은 상법에서 정한 각기 다른 제도를 이용해 결과적으로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입장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소수주주가 축출될 수 있고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가격 공정성 시장 자율로 맡겨두고 있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M&A(인수합병)와 자발적 상장폐지의 순기능이 있고 법에서도 경영상 목적을 위한 강제매수를 허용하고 있다"며 "공시 강화와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 공시와 적정한 가격을 통해 M&A 절차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는 지배권 이전이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매수가 있을 때 소수주주에게 보유주식의 매도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매수자가 준수해야 하는 절차만 규정할 뿐 소수주주에 대한 별도의 보호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반적인 공개매수의 경우 지배권 획득을 위해 공개매수가격을 높게 책정하지만,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는 공개매수가격을 낮추려 하고 대상회사의 이사회 역시 지배주주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잠재적 제3자 매수자와의 경쟁도 없기 때문에 공개매수가격이 공정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장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에서는 가격의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본시장법에서는 이에 대해 규율하지 않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두고 있을 뿐이다. 자본시장법 제142조에서 공개매수자가 대상회사에 대한 예측 또는 전망 등 예측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임의적 선택사항이다.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발행인의 미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 등에 관한 예측 또는 전망에 대한 정보가 공개매수에 응할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지만 공개매수자의 선택에 의해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지배주주가 상장 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할 경우 대상회사의 경영진이 가격의 공정성이나 적정성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적 규정이 없다.
그는 "현금교부 주식교환으로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경우는 일본과 같이 공정한 가액 산정시 시너지도 반영하도록 하는 등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소수주주 축출이 이루어지는 경우 계속기업을 전제로 평가한 기업가치에서 비례적 지분을 보상한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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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위한 공개매수, 공시규제·가격결정 제도 개선해야"
국내 자본시장 최초의 자발적 상장폐지는 1994년 삼나스포츠다. 이후 1999년 쌍용제지, 2000년 한국안전유리, 2001년 대한알미늄, 2001년 송원칼라가 있다. 2024년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거나 마친 기업만 해도 쌍용씨앤이, 티엘아이,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제이시스메디칼, 신성통상, 비즈니스온 7개사다. 이 중 국내외 PEF에 의한 공개매수는 티엘아이와 신성통상을 제외한 5개사다.
그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의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시규제와 가격결정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공시 강화를 통해 경영진 혹은 최대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는 "상장폐지의 목적과 대체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이유, 상장폐지의 이점과 폐해, 주주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일정 비율의 프리미엄’이나 이미 정해 놓은 가격과 시가의 차이를 %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가격을 산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 산식과 설명을 통해 정확히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매수 대상회사 이사회가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의무적으로 하는 제도 도입도 제언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에서는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이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지만 한국은 자본시장법 제138조에서 발행인의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규정하지만 자율에 맡기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 15년 간 이사회 의견서가 제출된 국내 공개매수는 1건에 불과하다. 최근 개정된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참고해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 시 이사회 의견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그 내용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폐지를 전제로 하는 공개매수의 경우 공개매수자와 대상회사 모두 동일한 지배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어 가격의 공정성 담보가 중요하다. 최저금액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의 경우 시가가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지배주주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주식이 거래돼 시장 가격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고 시장 가격에는 유통성 부족에 따른 할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 화한 비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는 외부평가기관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개매수 이후 주식의 포괄 적 교환 등을 통해 소수주주 축출이 이루어지는 경우 선행 공개매수가격을 최저 기준으로 하도 록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의 포괄적 교환의 대가가 주식이 아닌 현금일 경우 소수주주가 축출된다는 점을 감안해 대가로서 주식이 아닌 현금을 택한 이유와 금액의 산정 기준에 관한 상세한 사항도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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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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