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선출권력 우위 꺼내며
與입장 '원칙적으로 공감' 밝혀
野 "대통령 재판 재개 막으려는것"
장동혁 대표 최고위 회의서 주장
25일 예고된 전국법관회의에 촉각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들이 재개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사법부도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정부·여당의 사법개혁 의지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발 메시지를 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이어 대법원장 사퇴요구까지 나오면서 정부·여당과 사법부 간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재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이와 관련한 질문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며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출권력'인 국회에서 이러한 요구가 나왔다면, '임명 권력'인 사법부는 이유를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선출권력 우위론'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거들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정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한 것과 계엄 관련 재판들이 지지부진한 것, 정치적 편향성 등을 들며 "대법원장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라면서 "조 대법원장의 개인적인 정치적 일탈이 사법부 전체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 하야와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 처벌,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을 열거하며 "조 대법원장이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라"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사법부 독립에 대해서도 "법관이 언제부터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재판할 수 있게 됐나"라며 "민주화운동 때 대부분의 법관들은 골방에 박혀 공부만 했다. 고마워할 줄 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의 사법부 직격에 대해 사법부가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쌍방울 대북송금 등 5개 재판을 재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조 대법원장 사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 이유는 중단된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될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특히 선거법 사건은 재판기일 한 번만 열리면 양형심리 마치고 선고할 수 있다. 대법 유죄 취지가 바뀔 가능성은 0%"라며 "그래서 조 대법원장을 사퇴시키고 유죄판결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른 재판들도 중단돼 있지만 공범 재판은 진행 중이라 유죄판결이 확정된다면, 이 대통령도 퇴임 후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며 "어떻게든 무죄로 만들려고 대법관을 증원하려 했지만 사법부 반대에 부딪혀 여의치 않자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압박에다 대통령실까지 '원칙적 공감'을 표명하자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법개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시도에 우려를 표명하는 현직 판사의 공개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차기현 광주고법 판사는 최근 모 신문 기고를 통해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최대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입법권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을 훼손하거나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법안이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성립됐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다 '법'이라고 불러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법부는 오는 25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를 통해 최근 정치권의 일련의 움직임을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로 규정하고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이해람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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