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컨콜 "SK 합의금, 코나 분담금에 안쓴다..지분·로열티 합의도 가능"(종합)

LG에너지솔루션, ITC 결정에 컨퍼런스콜 진행
"재료 수급처, 가격 총망라 리스트 유출에 충격"
"공식적인 사과 아니어도 ITC 결정은 존중해야"

[파이낸셜뉴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본사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 뉴스1 /사진=뉴스1

LG에너지솔루션 측이 SK이노베이션이 지급할 합의금을 코나EV 배터리 리콜 분담금에 사용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장승세 전무는 5일 오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전무는 "(코나EV) 리콜 분담금으로 내려면 합의금을 일시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며 "지분 형태나 수년간 나눠 배상되는 로열티 등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한 이익, 미래 피해 등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미국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없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 더 걸렸을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이같은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한 추가설명을 위해 마련됐다.

[서울=뉴시스]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사진=뉴시스

SK이노베이션이 ITC 결정에 반발하며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ITC가 명시한 22개 영업비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BOM(원자재부품명세서)이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저희가 쓰고 있는 모든 재료가 어디에서 받았는지,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총망라하는 리스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오버롤(전체 공정 영업비밀)은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공정의 작업 표준을 일일이 기재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양사의 합의금 규모가 '조 단위' 차이가 난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너무 큰 갭이 났다"며 "총액에 근접해야 각론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대웅제약' 케이스를 언급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기술을 훔쳐 갔다고 판단해 ITC에 제소했고, 결국 ITC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케이스는 ITC 판결 이후 일시금, 지분, 로열티 방식을 섞어서 총액 4000억원으로 합의를 봤다.

장승세 전무는 "보톡스 시장 규모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의 10분의 1이 안된다. 수출금지 기간도 21개월에 불과하다"며 "메디톡스 케이스와 비교하면 징벌적 배상액이 얼마까지 늘어날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력 유출 규모도 강조했다. 법무실장 한웅재 전무는 "메디톡스 케이스는 전직자가 3명 밖에 안된다"면서 "우리는 (LG에서 SK로 넘어간 인원이) 100명"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LG가 우세한 상황인데, 되레 LG가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 같다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전무는 "합의를 빨리하자고 한 적이 없다"며 "(합의에 대한) 문이 열려있고 상생이 원칙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한정 문이 열려있다고 말하긴 어렵고 합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웅재 전무는 "SK이노베이션이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합의금만으로 합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면서 "ITC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ITC는 미국의 정부 기관이다. 조사 권한을 갖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직접 조사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내린 결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하는 게 경쟁사 입장에서 볼 때도 합리적이고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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