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년만에 정상복귀... 왕주 구축 시동
한화,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쾌거
KIA, 김도영 등 연쇄 부상으로 추락... 롯데도 PS 실패
1200만 관중에 포스트시즌 전경기 매진 "야구 공화국" 완성
창원 NC 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어두운 단면  |
| LG트윈스 선수들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IN 잠실' 행사에서 헹가래를 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2025시즌 KBO리그는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LG는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오르며 2020년대 최강 팀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올해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LG만이 아니었다. 10개 구단과 팬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44번째 시즌은 기록과 반전, 그리고 비극이 교차한 한 해였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정규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한화와 삼성의 추격을 따돌렸다. 투타의 균형과 두터운 뎁스를 앞세워 포스트시즌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화를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로 승리, 1990년·1994년·2023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염 감독은 세 시즌 동안 두 차례 팀을 정상에 올리며 ‘LG 왕조’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의 우승은 구단 운영의 안정성과 선수 육성 시스템의 결실이었다. 차명석 단장이 구축한 장기적 로스터 관리, 신민재·박해민·김현수 등 베테랑과 문보경·김영우 등 젊은 층이 어우러진 조화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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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경기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한화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우승은 놓쳤지만 한화의 2025시즌은 ‘부활’의 해였다. 김경문 감독 체제 2년차를 맞은 한화는 탄탄한 외국인 원투펀치 와이스-폰세와 성장세가 두드러진 문동주, 김서현의 활약으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새 홈으로 맞이하며 시즌 홈 관중 100만명을 돌파, 창단 이후 첫 기록을 세웠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그 자체로 한화 야구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비록 LG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보살 팬’이라 불리던 한화 팬들에게 2025년은 희망의 계절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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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통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등 핵심 전력의 연쇄 부상으로 시즌 중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연합뉴스 |
지난해 통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등 핵심 전력의 연쇄 부상으로 시즌 중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투수진 재편이 늦어지며 마운드가 붕괴됐고,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전년도 ‘최강 타선’은 공백 속에 힘을 잃었고,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더 뼈아팠다.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LG·한화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으나 8월 12연패라는 악몽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투타 밸런스 붕괴와 불펜 난조가 겹치며 지난 2017년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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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중반까지 3강을 형성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12연패를 기점으로 또다시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
한편, 올해 KBO리그는 다시 한번 ‘관중의 스포츠’임을 입증했다. 지난해에 이어 단일 시즌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1231만2519명이라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가 열린 10월 말에도 한국시리즈 중계가 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결과였다. 특히 포스트시즌 16경기 전부가 매진된 것은 2010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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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만 관중 돌파의 환호 속에 창원 NC 다이노스 파크에서 발생했던 구조물 추락 사건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
2025시즌의 명암 중 가장 어두운 장면은 3월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구조물 낙하 사고였다. 경기 도중 떨어진 구조물에 맞은 관중 1명이 숨지는 사고는 KBO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고 이후 KBO와 10개 구단은 긴급 안전 점검에 착수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야구장 안전 대책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NC다이노스는 약 두 달간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며 팀 운영과 연고지 마케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관중 동원의 양적 성장만큼이나 ‘안전한 관람 환경’이라는 질적 과제가 KBO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음을 일깨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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