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금융자산 상반기기준 18조
장기간 미거래금액은 14조 넘어
KB국민은행·하나은행 1조 육박
생보업계 미청구 보험금도 쌓여
"소비자에 조회 방법 적극 알려야"
숨은금융자산 18조원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이 일정기간 거래하지 않은 '미거래자산'이 약 14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해마다 관련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숨은금융자산은 지난 5년 반 동안 오히려 약 3조3000억원이 늘었다.
숨은금융자산을 찾아 돈의 회전율은 높이는 동시에 고객의 금융 권리를 되찾아주고 수익화하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하기보다는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별로 미거래자산과 휴면자산을 줄일 수 있도록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실에서 입수한 '숨은금융자산의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금융사별 현황'에 따르면 미거래자산은 2020년 말 10조842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4조1376억원으로 3조2948억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파인'에서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카드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지난 2015년부터 숨은금융자산찾기 이벤트를 금융권과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고객의 숨은금융자산은 매년 증가세다.
특히 미거래자산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7.9%에 달한다. 일부 은행과 보험사들은 장기미거래 예적금, 장기미거래보험금 등을 찾을 수 있도록 앱에 구현하는 한편 숨은금융자산찾기 이벤트 기간에는 대고객 안내를 강화하지만 아직 고객 인지도가 낮다.
지난해 은행권의 미거래자산 예·적금 잔액은 KB국민은행 9979억원, 하나은행 9502억원으로 각각 1조원에 육박했다.
우리은행(7344억원), 신한은행(7303억원), IBK기업은행(6004억원), NH농협은행(5431억원) 등 개인고객 비중이 높은 5대 시중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호금융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장기미거래예적금이 1조3746억원으로 전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 창구에서 고객에게 숨은자산을 안내했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비대면으로 알림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장기미거래 예·적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권에서 생명보험사의 장기미거래 보험금 잔액이 높았다. 지난해 보험업계 장기미거래 보험금 잔액은 흥국생명(1조47억원),
동양생명(9255억원), 신한라이프(8099억원),
한화생명(6600억원),
삼성생명(5969억원) 등으로 잔액이 많은 10위권 안에 생명보험사만 포진했다.
이는 생명보험사가 운영한 상품과 관련이 있다. 생명보험사가 10년 이상의 장기 보험상품을 주로 운영하는 데다 사망보험금의 경우 수익자가 청구 절차를 모르거나 지정된 수익자가 청구해야 하는데 지연되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의 경우 고객이 사망했는지 여부를 자녀 등 지정된 수익자가 청구를 해야만 보험사가 알 수 있는 구조"라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안내를 강구하고 있지만 이는 보험사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고객자산을 찾아줄 수 있도록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진행하는 일회성 캠페인 예산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440만원, 올해는 432만원에 그쳤다.
이양수 의원은 "장기간 청구되지 않고 잠자는 예·적금과 보험금을 고객의 부주의나 무관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고객들이 금융상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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