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미용봉사에 환자·보호자 “아픔 잊고 가장 행복한 시간”
15년째 온병원서 환자 이미용봉사하는 부산진구 미용사들
매주 서너번 순번대로 참여, 말기암환자는 병상서 컷·염색도  |
| 부산 온병원 13층 별도 공간에 마련된 미용실 ‘온뷰티살롱’을 들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직접 병실을 찾아다니며 매주 세차례씩 머리 커트부터 염색까지 해줘 큰 홍응을 불러 일으켜고 있는 봉사단 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온병원 제공 |
[파이낸셜뉴스] “암 말기인 어머니께 마지막 효도로 머리를 예쁘게 단장해 드리고 싶었는데,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잖아요. 한데 미용봉사단 단원들이 직접 호스피스 병실로 찾아 오셔서 침상에서 머리를 예쁘게 잘라주시니 어머니 얼굴도 밝아지시고, 제 마음도 큰 짐을 하나 덜어낸 듯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병원은 물론 미용 봉사자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에서는 매주 화·수·목요일 병동미용실 ‘온뷰티살롱’이 차려진다.
지난 2023년 8월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써 어느덧 3년째다. 2010년 온병원 개원 초부터 2020년 코로나팬데믹 이전까지 박승철헤어스투디오의 미용사들이 지속적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를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온병원이 증축공사를 마무리하면서 확보된 병원 13층 별도 공간에 미용실 ‘온뷰티살롱’을 상설 마련해 부산진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있는 미용사 60여명이 매주 세 차례 머리 컷에서부터 염색까지 서비스하고 있어 입원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매월 150∼200명이 꾸준히 이용 중이다. 병동 내 온뷰티살롱 오픈한 이후 8월 현재까지 4200여명에게 이미용 서비스를 베풀어주고 있어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온병원 온뷰티살롱에서 정기적으로 자원 봉사하는 미용사들은 모두 60여명으로 요일을 달리하며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부산진구미용사회(원명자 회장) 임원들로 구성된 50여명의 한마음봉사단(김영학 부회장)에서 4∼5명씩, 월2회 참여해 사랑의 가위손으로 환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매달 3주차 수요일 오전엔 박승철헤어스튜디오에서 환자 이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박승철헤어스튜디오는 지난 2010년 3월 온병원 개원 직후부터 이미용 봉사를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2주차 수요일에는 부산진구미용사회 서보교 실장과 동료들이 요양병원 환자들이나 3개월 이상 장기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머리카락 염색까지 해 드리고 있다.
환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큰 수술을 받고 병상에서 누워 지내면서 열흘이 지나도록 머리를 감지 못해 스트레스까지 겪고 있던 환자는 편안하게 머리카락도 잘라주고, 머리까지 감겨줘서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다. 병원에서 짧게 있는 동안 커다란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었다며 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처럼 노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이미용 봉사에 동참하고 있는 미용사들은 힘들다기보다는 되레 아픈 환자들의 웃음에서 격려를 받고 돌아간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병원 이미용 봉사에 동참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산의 한 방송국 코디 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미용학과 김민정 교수는 동생과 딸을 데리고 지난 2020년부터 매월 격주로 온병원을 방문해 호스피스 환자 대상으로 침상 미용봉사를 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이미용 기술을 통해 직장이 아닌 병원에서 봉사를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에 보람되고 감사하다”면서 “엄마의 봉사 모습을 지켜보던 딸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온병원 이미용 봉사에 동행하자고 졸라서 함께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평소 깔끔하시고 외모에도 신경을 쓰시는 멋쟁이여서 웬만하면 머리 커트를 안 하시려 하셨는데, 젊은 미용사들이 워낙 솜씨 좋아 커트가 맘에 들었다며 즐거워하던 어머니의 표정이 아직도 눈앞에 선선합니다.”
며칠 전 호스피스완화병동에서 돌아가신 말기암 환자의 딸이 장례식 이후 병원에 찾아와 병원 관계자와 미용사들에게 전한 감사의 말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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