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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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거리' 서울옥션 제공 |
최근 들어 성공적인 콘텐츠들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늘어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미술계에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를 꼽자면 단연 박수근이다. 박수근의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이나 앞서 외국인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박수근 작품의 매력은 제작방식과 소재,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입히는 방식으로 거칠게 처리한 화면은 오랜 시간 묵묵하게 자리를 지킨 자연석을 연상시킨다. 소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으로, 사랑과 유대감, 삶에 대한 소박함이 엿보인다. 주로 배경이 생략된 채 묘사되는 소재는 시대의 어두움을 잊게 하고 휴머니즘을 남긴다.
1960년에 제작된 '거리'는 여행 중 접하게 된 박수근의 작품에서 이러한 휴머니즘을 읽어내고 동감했던 미국인이 오랜 기간 소장했던 작품이다. 두 무리의 인물들을 세로로 긴 화면에 한데 담아내며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운용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화면을 넓게 차지하고 있는 상단의 인물들은 모자 관계로, 짐을 이고 있어 빠르게 걷기 어려운 엄마를 뒤로 한 채 아이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단에는 친구처럼 보이는 두 명의 소녀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단순한 구성 같지만 인물별로 옷의 색감을 다르게 하여 차별성을 뒀다. 인물간 관계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고 움직임, 방향성 등 상단과 하단에 상대적 개념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이처럼 '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박수근의 독자적인 화풍과 조형적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의 시선을 붙잡고 발길을 멈추게 한 박수근의 작업을 보면 문화 경쟁력에 있어 진정한 K-컬처의 면모를 느끼게 된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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