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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거들 뿐, 디지털로 살려낸 거장의 영감 [이현희의 '아트톡']

파이낸셜뉴스 2025.09.22 18:21 댓글0

데이비드 호크니
‘이스트 요크셔 월드게이트 에 도착한 봄'


도구는 거들 뿐, 디지털로 살려낸 거장의 영감 [이현
디지털 기기의 발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고, 기존의 것을 대체하며, 인간의 사고를 바꿔 놓기도 한다. 이제 스크린은 모든 것을 보여주고 담아낸다. 그리고 예술가의 손에서 디지털 기기는 보다 큰 가능성을 갖는다. 단순한 화면을 넘어 다채로운 색감과 터치를 표현하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전통 회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1985년부터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꾸준히 실험해왔다. 특히 2010년에 아이패드(iPad)가 처음 출시되면서 호크니는 이 새로운 디지털 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이패드는 모든 종류의 빛과 색상에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아이패드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다양성을 담아내기에 이상적인 매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런던 왕립예술원에서 개최될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있던 2011년, 호크니는 아이패드를 사용해 새로운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in 2011(twenty eleven)-24 April(사진)'은 이 시기 제작한 연작 중 하나다. 작가는 고향인 영국 이스트 요크셔의 봄을 포착해 25개의 에디션으로 제작했다.

겨울이 봄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 연작 중 이 작품은 2011년 4월 24일의 선명한 초록빛과 맑고 푸른 하늘의 인상을 담았다. 화면 중앙의 나무 그루터기는 호크니가 여러 번 재조명한 모티프로, 시간의 흐름, 그리고 장소의 고정된 본질을 나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관찰은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과 '루앙 대성당' 연작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예술 역사상 가장 전통적인 주제를 새로운 기술로 재창조한 작품에서 우리는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장의 예술적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아이패드 #데이비드 호크니 #전통 회화 #디지털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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