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토모 나라 'I Feel Like I Am So Far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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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shitomo Nara 'I Feel Like I Am So Far Away' 서울옥션 제공 |
일본 아오모리 출신의 요시토모 나라가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작가는 2000년대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은 현대미술가의 대표로 꼽힌다. 그러면서도 순수미술의 회화적 요소와 색감을 담아내 차별점을 보인다. 특히 작품 속 귀여움과 익살스러움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에 이끌려 더 깊이 살펴보면, 화면 속 어린아이나 강아지 등을 마주한다. 이들은 뾰로통하거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관람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순수한 존재들이 드러내는 불만은 표정과 몸짓, 텍스트나 사물을 통해 전달되며, 관람자가 그 감정의 근원을 묻게 한다.
작가의 표현 방식은 시기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초기에는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에 인물을 띄우고 색조 변화를 강조했으며, 90년대 중반에는 탈을 쓴 대상이 등장했다. 근래에는 눈망울에 찬란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세계를 담아내고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전했다.
이런 특징은 독일 거주 시절인 1996년 제작된 'I Feel Like I Am So Far Away'에도 잘 나타난다. 작품 속 티셔츠를 입은 강아지의 얼굴에는 인형 탈처럼 몽글몽글한 형체가 붙어있다. 강아지는 작가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로, 주로 주인과 떨어진 채 미지의 세계에 놓인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린아이처럼 불만과 반항심이 가득한 존재이기도 하다.
상아색 배경과 밝은 옷 색깔은 강아지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꼬리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몸짓과 대조되는 표정은, 작품 뒷면의 문장이 담고 있는 고립감을 암시한다: "여기 이 벽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There's nothing here…I feel like I am so far away…)"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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