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서커스 '쿠자' 서울 공연  |
|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태양의서커스 '쿠자(KOOZA)'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배우들이 화려한 서커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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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 '쿠자(KOOZA)' 샤리바리(Charivari, 쇼 오프닝) 아티스트들이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쿠자'라는 이름은 상자, 궤 또는 보물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했으며, ‘상자 안의 서커스’라는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차용했다. 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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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태양의 서커스, 쿠자(KOOZA)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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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 '쿠자(KOOZA)'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s) 아티스트가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쿠자'라는 이름은 상자, 궤 또는 보물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했으며, ‘상자 안의 서커스’라는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차용했다. 뉴시스화상 |
[파이낸셜뉴스] 태양의서커스 ‘쿠자’에서 초인적인 유연성을 보인 몽골 출신 아티스트 닌진 알탄호야크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을 비롯해 콜롬비아 출신 지미 이바라 자파타, 러시아의 리자 흐리스토프, 미국 댄서 출신 케빈 베벌리가 '쿠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하이라이트 액트 시연에 나섰다. 쿠자의 메인 세트인 원형 서커스 무대 ‘바타클랑’에서 등장한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캐릭터와 곡예로 동심을 자극했다. 천장에 매단 원형 고리 ‘에어리얼 후프’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회전하며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도 안겼다. 또 세 명의 여성 곡예사들이 몸을 비정상적으로 구부리거나 뒤트는 동작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컨토션’ 공연에서는 경이로움과 낯선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날 '컨토션' 공연에 참여한 몽골 출신 닌진은 한국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사연인즉, 3살에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그는 한국에서 치료해 완치, 새 삶을 얻은 인물. 그는 “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한국에서 복무한 적이 있어 어릴적 한국에 산 적도 있다”며 “내게 새삶을 준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컨토션'은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발견될 만큼 오래된 인체 예술이다. 몽골은 컨토션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체계화하고 계승한 대표적 나라 중 하나다.
닌진은 “5살에 컨토션 공연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며 “어머니께 나를 서커스단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고 돌이켰다. “배움은 너무 힘들었지만, 제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서커스 아티스트에게 태양의서커스는 꿈이다”고 말했다.
'샤리바리' '티터보드' 공연을 하는 리자는 지난해 아들을 출산했다. 그는 “아들이 이제 한 살이고, 남편도 태양의서커스 소품팀에서 일하고 있다”며 “공연단 안에는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많다. 서로 도우며 함께 여행하고 일하는 삶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출신 지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 째 서커스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휠 오브 데스'에 참여 중인 그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게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됐다”며 “한 일본 팬이 ‘쿠자를 24번 봤다’며 ‘그 시간 동안 현실의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한 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팬데믹 때 온라인으로 공연을 본 관객이 ‘당신들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예술의 힘을 다시 느꼈다”며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무대 뒤 협업, 쿠자의 진짜 예술"
예술감독 린덴버그 역시 '쿠자'를 자신의 삶 그 자체라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매일 ‘인간의 한계를 넘는 초인적인 순간’을 무대에서 보여준다"며 "무대 위로 떨어지는 사람, 죽음의 바퀴 위의 연기, 그리고 노래까지, 모든 게 완벽을 향한 도전이다. 관객 누구나 이 공연과 자신을 연결시킬 수 있다. 직접 와서 느껴보라"고 자신했다.
'쿠자'는 2007년 초연한 이후 전 세계 23개국에서 선보이며 800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유명 서커스 공연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에 처음 선보이며 20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는 “쿠자가 특별한 이유는 ‘전통 서커스’에 대한 오마주이기 때문”이라며 “2007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감정적이고 위험하면서도 강렬한 전통 서커스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 기술팀부터 아크로바트, 예술가까지 평생을 바쳐 기술을 연마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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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 한국 공연 주최사인 마스트 인터내셔널 김용관 대표,태양의 서커스 예술감독 제이미슨 린덴버그, 샤리바리(Charivari) 아티스트 리자 흐리스토프, 컨토션(Contortion) 아티스트 닌진 알탄호야크, 트릭스터(Trickster) 아티스트 케빈 베벌리가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쿠자'라는 이름은 상자, 궤 또는 보물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했으며, ‘상자 안의 서커스’라는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차용했다. 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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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태양의서커스 '쿠자(KOOZA)'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화상 |
린덴버그는 “쿠자는 전통 서커스와 현대적 감각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태양의 서커스 공연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라인업을 자랑한다”며 “다른 쇼들이 감동적이거나 유머러스한 면을 각각 가지고 있다면, 쿠자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감정, 삶의 여정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릭스터' '이노센트' '킹' '크라운' '매드 독' 등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서도 “쿠자의 캐릭터들은 일종의 ‘상자 속에 담긴 내면의 은유’”라며 “우리는 매일 빛과 어둠, 삶과 죽음 같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그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만든다. 주인공 ‘이노센트’는 그런 인생의 여정을 상징한다. 쿠자의 모든 캐릭터와 공연은 결국 인생 전체를 담은 은유적 이야기이며, 그래서 나에게 쿠자는 ‘삶 그 자체’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린덴버그 감독은 또 쿠자의 무대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완성되는 공연”임을 강조했다.
“공연 중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천막이나 돛 같은 장치들은 모두 실제 기술팀이 손으로 조작한다"며 "하늘을 떠다니는 배의 돛처럼 움직인다.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요즘, 이렇게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는 공연’은 정말 드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쿠자는 무대 매니저, 기술팀, 배우들이 완벽하게 협업해야만 돌아간다"며 "저는 이 공연의 ‘무대 뒤 조화와 팀워크’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수천 번 공연을 봤지만 여전히 감탄하게 되는 건 바로 그 ‘조율의 힘’이다. 보이지 않는 무대 뒤의 사람들 덕분에 쿠자가 살아 숨 쉰다”고 부연했다.
메인 무대 세트인 ‘바타클랑(Bataclan)’의 의미도 언급했다. 그는 "왕관처럼 보이는 그 공간은 쿠자의 심장부 같은 곳"이라며 "‘바타클랑’은 실제 프랑스의 유명한 극장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어 속어로는 ‘모든 것이 다 담긴 것’을 뜻한다. 즉, 쿠자의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아티스트들은 바타클랑을 통해 등장하고 퇴장한다. 그는 "‘바타클랑’은 구조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쿠자의 심장이고, ‘모든 것을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태양의서커스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더욱 단단해졌다. 전성기 시절 약 1조원대 매출을 내던 공연이 멈추자, 당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이 공연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그는 “모든 라이브 공연이 멈췄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가 왜 예술을 하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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