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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태양, 단단한 구름... 초현실 풍경이 내뱉는 기후위기 메시지 [Weekend 문화]

파이낸셜뉴스 2025.10.09 03:59 댓글0

로랑 그라소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
佛 현대미술 거장 작품 총 20여점 공개
대전 헤레디움에서 내년 2월 22일까지
기후변화가 가져올 불안한 미래 시각화
'진짜'라고 믿는 시간·공간에 의문 던져


'과거에 대한 고찰'
'구름 이론'
'아니마'
'오키드 섬' 영상 일부 헤레디움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전=유선준 기자】 네온 불꽃이 빗방울처럼 쏟아지고, 고대 화산이 폭포수처럼 분출했다. 중세시대 종말적 재앙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 기후 위기를 연상시킨다. 흑백 영상과 몽환적 분위기의 음악, 형상들은 어디서 본 듯한 친근함을 주면서도 앞으로 닥칠 '위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라는 복합적 주제를 영상·회화·조각·설치 등 다양한 예술 언어로 풀어낸 대규모 전시가 대전에서 열린다.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은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전을 내년 2월 22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로랑 그라소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적 상상과 예술적 직관이 공존하는 자연 풍경을 제시한다. 특히 자연과 문명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작품들은 구체적인 해답보다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이 스스로 사유를 확장하도록 이끈다.

전시장에는 총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 작품은 공간 곳곳에 배치되고, 벽면에는 네온·회화·대형 LED 영상이 설치됐다.

대표작 '오키드 섬(2023)'은 대만 란위섬에서 촬영한 영상에 그래픽 작업을 더한 작품으로, 열대 섬의 풍경 위를 떠다니는 검은 직사각형 형태로 시적인 자연과 불안한 기후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화한다. 영상에 비친 란위섬은 핵폐기물 저장소 논쟁, 인공 저수지 조성으로 인한 주민과의 지역 갈등 같은 복잡한 역사를 지닌 장소다.

그라소는 이 흔적을 지우는 대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미지를 영상 속에 녹여냈다. 고대 기록 영상과 비현실적인 오브제들이 공존하며 서로 다른 시간이 충돌하는 듯한 새로운 시간성을 펼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는 게 그라소의 설명이다.

그라소는 "'오키드 섬'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 현장을 담고 있다"며 "영상 속 사각형은 전쟁·정치·기후 등 다양한 위협을 상징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대표작 '구름 이론(2024)'은 두 개의 커다란 구리 조각으로 이뤄졌는데, 자세히 보면 우리가 떠올리는 부드럽고 평온한 구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오히려 구름은 무겁고 단단하게 느껴져,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름 이론'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기후 위기, 그로 인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자연의 변화를 암시한다. 무엇보다 인공강우처럼 인간이 인위적으로 기후를 통제하려는 기술이 불러올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질문을 던진다.

'아니마(2025)'라는 조각 작품도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이야기를 탐색하게 한다. 소년이 여우를 안고 서 있는 이 조각은 따뜻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작품 속 소년과 여우는 미래를 향한 여정을 상징하는 존재다. 소년이 손에 든 여우는 그 길을 함께 걷는 신화 속 안내자처럼 우리를 이끈다. 작품 제목인 '아니마'는 라틴어로 영혼, 생명, 정신을 의미한다.

그라소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와 연결을 시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인 돌연변이 꽃, 신성한 암석 같은 부적은 관람객이 직접 해석해야 할 의미를 품고 있으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이밖에 루이비통과 협업한 회화 연작 '과거에 대한 고찰(2025)'은 예술과 패션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라소가 과거의 예술 작품과 역사적 이미지들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다시 구성한 연작이다.

처음에는 고전적인 19세기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태양, 북극광, 치솟는 불기둥 등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초현실적인 자연 현상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그의 영상 작업에서 차용한 요소로, 익숙한 풍경 안에 충돌하는 감각을 더해 과거와 미래, 현실과 상상이 뒤얽힌 시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틀을 조용히 해체하고,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시간과 자연의 이미지에 질문을 던지면서 그라소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기억한다'라고 믿는 그 시간은, 그리고 자연의 이미지는 과연 진짜일까?"

rs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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