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드맵 발표 늦어지는 사이
업계 수익성 악화 등 한계 직면
전문가들 "정부 주도 전략 시급"
고부가 화학소재 클러스터 전환
산업용 부동산 공공매입 등 대안
정부가 상반기 발표를 예고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재생원료 확대나 스페셜티 소재 육성 등은 기존 산업전환 기조를 반복하는 수준이며, 고부가가치·친환경 전환 역시 민간기업의 개별 대응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액공제 확대·산업단지 입주 완화로 투자 유도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상반기 중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민간이 독자적으로 고부가 전환을 감당하는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 석유화학 파생 고부가 제품 개발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첨단소재 산업단지 입주 시 대기업에도 신규 고부가 라인을 중심으로 입주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울산·여수·대산 등 기존 석유화학벨트를 고부가 화학소재 클러스터로 전환하고, 산업용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을 공공이 매입해 유동성과 공공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간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이날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위한 산업계 중심의 연구개발(R&D) 협의체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화학굴기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속에서 R&D는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며 "산업계가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낸다면 고부가·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산단 3700억 요청에 정부 지원은 1% 그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민간의 대응만으로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지난 2021년 86%에서 지난해 77%로 하락했으며, 나프타 가격도 지난해 평균 675달러/MT에서 올해 1·4분기 658달러/MT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나프타 기반 범용소재 비중이 여전히 66%에 달해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2·4분기 영업적자 전망치는 1732억원으로 기존 시장 추정치(1221억원)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도 여수 국가산단 내 계열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대표 계열사인 영광백수풍력의 지난해 매출은 126억3600만원으로, 지난 2021년 대비 10.7% 감소했다. 강원학교태양광과 코리아에너지발전소의 매출도 각각 95억4200만원에서 72억1700만원으로, 50억4800만원에서 45억8900만원으로 줄었다.
민간이 분산적으로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원예산으로 36억65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여수시가 정부에 요청한 3700억원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민간만 구조조정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신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만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해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석유화학특별법 제정과 여수 국가산단의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산업 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한편 2일 국회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세미나에서는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참여해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요청을 할 전망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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