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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장밋빛 청사진' 내놓더니…썬코어 상장폐지에 부쳐

이데일리 2018.03.14 15:07 댓글0

- 주가조작 사건부터 최규선 대표까지…우여곡절
- 직원, 공장 중단, 임금 체불 등 경영 악화 직격탄
- 주식 휴지조각…성장성에 투자한 주주들도 피해
- 허황된 비전, 잦은 경영권 변동 등 기업 주의해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기자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 요즘 썬코어 주식을 어떻게 보세요? 사업을 확대한다는데 사도 될까요?”썬코어(051170) 주가가 한창 일렁이던 2016년 어느 날, 오랜만에 안부를 건넨 한 지인이 이렇게 물어왔다.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성과로 나타난 것은 없고 주가 변동성이 심하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한 기억이 난다. 한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핫한’ 종목이던 썬코어가 증시 퇴출 절차를 받고 있다. 14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한 뒤 다음날인 15일 상장폐지된다.

◇“투자자에게 이익 환원한다더니…”썬코어는 주가 조작 사건으로도 유명세를 탄 ‘루보’가 전신이다. 역시 ‘최규선 게이트’로 이름을 떨쳤던 최규선씨가 2015년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인수 후 사명을 바꾼 썬코어는 사우디아라비아 인프라 참여와 현지 방산장비 수출, 중국 BYD 전기버스 수입 등 다양한 사업 추진 소식을 알리면서 관심 받았다. 그러던 중 2016년 하반기 최규선 대표가 구속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끝내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한때 1만원을 넘기도 했던 주가는 정리매매 마지막날인 이날 현재 50원 이하로 떨어졌다.

증권 담당 기자로 있으면서 기업들의 상장폐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상장사 소속이라는 직원들이 자부심이 무너지고, 조금씩 모아오던 ‘꽁지돈’이 휴지조각 되고 마는 주주들의 절망감이 어렴풋이나마 짐작되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의 소식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 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권력형 비리사건의 당사자였던 만큼 기자 회견에서는 사업 지속 가능성과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질문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그는 유연하면서도 때로는 솔직하게 민감한 질문들을 받아 넘겼다. 본인의 과거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 개인적인 욕심은 없고 나와 회사를 믿는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는 참회성 발언도 자주 했다. 유상증자 무산이나 계약 지연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그는 “자금 조달과 계약은 이상 없다”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던 최 대표의 구속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회사측에서는 혐의가 이번 사업이 아닌 몇 년 전 일이고 그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에 구속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구속 사실이 안타깝다기보다는 사실상 최 대표 혼자 신사업을 이끌던 상황이어서 현재 벌려놓은 일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우려는 사실이 됐다. 상장폐지 예정인 썬코어뿐 아니라 최 대표가 인수했던 썬텍(122800)(옛 케이티롤) 역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썬코어·썬텍 노조는 최 대표 구속 이후 추가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들은 투기 자본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해 경영 악화에 빠지게 했다고 최 대표를 성토했다. 실제 이들 기업은 공장 가동 중단과 임금 체납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한때 1만원이 넘기도 했던 썬코어 주가는 마지막 정리매매 거래일인 이날 50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썬텍은 작년 9월 25일을 마지막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 투자시 상장사 옥석가리기 해야중소형 상장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권을 차지하고 나면 단 몇 명의 이사회만으로도 기업 전체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성과를 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업이 실패해 다시 매물로 나오거나 주가 조작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피해는 남은 직원이나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금도 많은 상장사들이 저마다 비전을 앞세워 성장을 외치고 있다. 선의의 주주들이 일부 불순한 세력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으려면 해당 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은 많다. 뜬금없이 수십조원대 규모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곳은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안정적 매출 기반 없이 최대주주가 너무 자주 바뀌는 곳도 주의 대상이다. 몇 가지 원칙만 세워놔도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는 기업 때문에 소중한 재산을 잃는 실수는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금융 당국도 단순히 공시에 국한된 사항만 따질 것이 아니라 허황된 비전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도 좀 더 촘촘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욕심은 없다’던 최 대표의 본의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올바르게 경영을 했다면 대표 한명 부재로 이렇게까지 기업이 망가지고 송사에 휘말리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유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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