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신저가 추락… '발등의 불' 떨어진 펀드 운용사들

관련 편입펀드 총 213개 달해
"오스템임플란트 사태와 달라"
운용사 당분간 판단 유보 결정
비율 조정까지 시간 걸릴 듯


대형 붕괴 사고로 인명 피해를 유발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이를 편입하고 있는 펀드 운용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다만 앞서 22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이 주식 거래가 중단된 것이 아닌 만큼 운용사들은 일단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을 담고 있는 국내 공모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는 총 213개로 집계됐다.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변동은 있겠지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만큼 상당수 펀드가 이를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TF인 'KBKBSTAR200건설'과 '미래에셋TIGER200건설'은 지난 18일 기준 해당 종목을 각각 자산의 3.78%, 3.34% 비율로 담고 있다. 역시 ETF인 '삼성KODEX건설'도 3.11%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모펀드인 '신한코리아가치성장(주식)'과 '신한Value(주식)'도 지난 12월 17일 기준 각각 3.59%, 3.55% 편입 비율을 나타냈고,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는 지난 17일 기준 1.38%의 비율로 HDC현대산업개발을 담고 있다.

문제는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펀드 성과에도 직격탄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발발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12일과 18일엔 각각 전일 대비 19.03%, 14.13% 급락, 6거래일동안 37.4%나 급락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17일 사고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으나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주가는 내리꽂히고 있다. 급기야 19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운용사들은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당시에는 한국거래소가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당장 거래가 멈춘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사태로 포트폴리오 내 해당 종목 비중은 자연감소 했다"며 "다만 기업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관점의 가치 손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향후 사태 수습과정 등을 면밀히 지켜본 후 추가 포트폴리오 조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ETF의 경우 추종하는 지수 구성이 변경돼야 대응을 할 수 있어 편입 비율을 임의로 조정하긴 어렵다"며 "향후 경과를 지켜본 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도 "기초지수 변동 추이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 당장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조만간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펀드에서 비율 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 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987억3961만원어치, 79억8336만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미들은 주가가 빠지는 현 시점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종목을 담는 형국이다. 개인은 같은 기간 839억5801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 것"을 당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