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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역사 반복은 안된단 마음으로 자료 모으고 글 썼다"

파이낸셜뉴스 2025.01.20 19:15 댓글0

사재 털어 '체부' 시리즈 펴내는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

우편史 중심으로 펴낸 1편과 달리
2편은 근현대 사진·지도 등으로 확장
조선에 목숨 바친 해외 선교사부터
일제강점기 의병들 발자취도 담아
전국 대학·국공립 도서관에 무상기증
교민들 보도록 해외 대사관에도 전달
광복 81돌 맞는 내년 3편 내놓을 것


'체부'라는 타이틀로 '한국 근현대사 우편사 징비 사료집 1884~1948'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가 지난해 말 나온 '체부2'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체부'라는 타이틀로 '한국 근현대사 우편사 징비 사료집 1884~1948'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가 지난해 말 나온 '체부2'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치욕의 역사 반복은 안된단 마음으로 자료 모으고 글
책 한 권의 무게만도 무려 4㎏에 달하는 1800쪽짜리 우표 역사책 '체부2 : 한국 근·현대사 우편사 징비 사료집'(박영사 펴냄)이 지난해 말 나왔다.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78)가 사재를 털어 제작하고 있는 '체부'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7년여간의 자료 수집과 집필을 거쳐 지난 2022년 첫 책이 탄생한지 2년만에 다시 나온 역작(力作)이다. 임진왜란을 교훈삼아 후대에 다시는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된다는 '징비록'의 저자 서애 유성룡의 심경으로 옛 우표를 선별하고 원고를 정리한 이 시리즈는 광복 81주년을 맞는 내년 8월 15일 '체부3'로 완성될 예정이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변에 있는 체부기념관에서 저자를 만났다.

―체부(遞夫·우편집배원)라는 말이 젊은층엔 다소 낯설 수 있는데, 이 단어를 책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에 정겹게 부르던 '아저씨'라는 호칭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바로 '체부' 아저씨다. 그 분들은 나에게는 항상 반갑고 기다려지는 대상이었다. 형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우표를 수집했는데, 두 손에 한 움큼 편지 다발을 움켜쥐고 우리집 대문에 들어서던 체부 아저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천사 같은 분으로 지금도 내 마음 속에 동화처럼 남아있다. 그때 그 아저씨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심정으로 이 사료집의 제목을 '체부'로 이름 지었다.

―첫 책 '체부'가 우편사 위주로 구성됐다면 이번에 나온 '체부2'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당시의 지도와 그림, 출판물 등으로 사료의 범위가 확장된 느낌이다.

▲'체부'를 처음 펴내고 난 뒤 미진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다 싣지 못한 아쉬움, 꼭 공개했어야 하는데 누락된 내용들,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들 등등 후속 작업을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우편사에 집중했던 '체부' 때와 달리 '체부2'에는 보다 많은 자료들이 포함됐다. 이번 책에는 조선에 들어와 의료와 교육, 선교에 목숨을 내던진 서양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됐고, 국치 시기에 구국의 일념으로 홀연히 일어선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도 함께 담았다. 또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제가 일으킨 온갖 전쟁의 참혹한 사진 기록들도 수집해 실었다. 책에 들어갈 각종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는 동안 내 스스로 독립운동가가 된 기분이었다.

―'체부2'에 이어 '체부3'도 준비하고 있는데, 세 번째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체부3'의 주인공은 수입인지(收入印紙)다. 수입인지는 국가 세입금을 납부하는 데 사용되는 증표인데,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 부분에 천착한 연구는 아직까지 찾아보지 못했다. 지금 일제강점기는 물론 대한제국 및 미군정 시기의 관보(官報) 등을 뒤져서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또 일본계 미국인 수집가 스테판 하세가와가 모은 대한제국 및 일제강점기 시절 수입인지 컬렉션을 최근 30만달러(약 4억3000만원)에 전부 사들였다. 여기에는 대한제국 시절 발행된 수입증지와 일제강점기 나온 수입인지 등이 망라돼 있다. 집필을 서둘러 광복 81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8월 15일 이전에는 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체부2'도 '체부' 때처럼 전국의 도서관 등에 무상 기증할 예정인가.

▲'체부'는 12만원, '체부2'는 15만원으로 책값을 정하고, 교보문고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에도 깔려 있지만 상업적 판매를 위해 만든 책은 아니다. '체부' 첫번째 권은 전량 무상 기증을 통해 공공기관에 장서로 등록됐는데, 전국 대학 도서관 40여곳을 비롯해 국·공립 도서관 60여곳, 전국 중·고교 도서관 360여곳, 우체국 90여곳 등에 보내졌다. 또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해외 각국의 대사관과 문화원 등에도 전달해 현지 교민이나 외국인들도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봉주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한 초등학생의 손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책을 보내줬던 휘문고 도서관 측에서 재학생 대상 강연을 요청해와 현재 날짜를 조율 중이다.

―책의 내용을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체부기념관'을 계획하고 계신데.

▲내년 중 개관을 목표로 현재 리모델링을 준비 중에 있다. 사업자 등록은 이미 마친 상태로, 카카오 맵이나 내비게이션 등에선 지도 검색도 된다. 15년 전에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현재 이 자리(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문호나룻터길 17-8)를 매입해 건물을 지었는데, 1층을 체부기념관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지역 아동을 위한 도서관과 자료관으로 쓸 예정이다. 기성세대보다는 어린이와 젊은 청년층이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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