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 종가 환율에 6대 식품기업 외환손실 454억원 증가
해외 패션 브랜드 수입 부담도 커져...신세계인터내셔날 환손실 33% 증가
4·4분기 환율 지난 분기 대비 5.8% 증가..."영업익 악화 더 커질 것"  |
|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돌파하며 외환위기 이후 2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내수 비중이 큰 식품 기업들이 고환율 쇼크를 겪고 있다. 고환율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고 해외 공장 건설 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6대 식품 기업의 3·4분기 외환 손익(외환차손익, 외화환산손익 합산)만 500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3·4분기보다 80원 이상 오른 4·4분기의 외화 관련 손실액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 기업 6곳의 올 3·4분기 외환 관련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45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4분기 원·달러 기말환율은 1319원이었으나 올해 3·4분기 기말환율은 이보다 83원(6.3%) 오른 1402원을 기록해 식품 기업들의 환율 부담이 악화된 것이다.
기업별 외환 손익을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이 지난해 3·4분기 268억원 이익에서 올해 동기에는 116억원 감소한 152억원에 그쳤다. 대상은 같은 기간 134억원 이익에서 137억원 감소하며 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롯데웰푸드도 3억원 이익에서 84억원 감소한 81억원 손실, 오뚜기는 85억원 이익에서 160억원 감소한 75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그나마 롯데칠성은 지난해 47억원 손실에서 올해 28억원 손실로 손실 폭을 줄였으며, 농심은 11억원 손실에서 13억원 이익으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 시장에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이점이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이 상승하는 단점도 있다. 최근 K푸드 인기에 따라 식품 기업들의 수출이 늘고 고환율로 인한 수출 마진도 개선됐지만 설탕·밀·팜유·카카오 등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 탓에 원가 부담이 더 큰 실정이다.
최근 해외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는 CJ제일제당(헝가리, 미국), 롯데웰푸드(인도), 삼양식품(중국) 등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공장 증설 비용도 고환율 리스크를 겪고 있다. 투자금을 외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환산 투자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패션업체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왕 등 해외 고급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9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40억원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에서 막스마라, 이자벨마랑 등을 전개하는 LF의 경우 달러 현금성 자산이 지난 2·4분기 398억원에서 3·4분기에 6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환율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달러를 살 시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환헤지 노력을 통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비용 구조에 영향이 불가피해 회사마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4·4분기다. 원화 약세 속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4원을 돌파하며 3·4분기 기말환율(1402원)보다 82원(5.8%) 급등했다. 외환위기 이후 2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식품 기업들로서는 고환율이 4·4분기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대상은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세전이익이 51억원 감소하고, 롯데웰푸드는 환율 10% 상승 시 세전이익이 35억원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환율에 따라 수출이 많은 기업은 이익이 커질 수 있지만 식품 업체는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해 고환율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구조"라며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이 매우 크다"고 답답해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화시 원자재 도입 단가 급등과 설비 투자 위축을 불러와 종합적으로 볼 때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국내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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