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산 양도세 유예 확대 추진
업계 "7~10년 돼야 실효성 있어"  |
| 국내 최대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단.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내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자산 양도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이는 세제 개편에 나섰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세이연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최소 7~10년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 전환 과정에서 자산을 처분한 기업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 유예 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조치는 기업이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처럼 고정자산 비중이 높은 업종에 현실적인 유인책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을 중심으로 오는 3·4분기 국회 통과가 목표다.
다만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석화 산업의 특성상 단기 유예만으로는 세부담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석화업계의 사업 전략 수립 자문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과세이연 기간을 7~10년으로 확대하고, 적용 대상을 비사업용 자산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업황 회복과 수익성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단기간 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7~10년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사는 세제 유예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규정상 대기업은 각종 인센티브 적용에 제한이 있어 기대만큼의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일부 공장 매각과 인력 재배치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실행 중이다. LG화학은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스티렌모노머(SM) 및 이지알코올 생산능력을 감축했고 정유사와의 수직계열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업계는 사업 축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손실과 자산 정리에 따른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형식적인 규제 개선보다는 업종 특수성을 고려한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배진형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업 구조 전환은 단순한 인수합병(M&A)이 아닌 통폐합을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기업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시기에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해 판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제 유예 등 제도적 장치가 병행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전환과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AA'에서 'AA-'로 △LG화학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한화토탈에너지는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효성화학은 'BBB+'에서 'BBB'로 각각 등급이 조정됐다.
#석유화학 #개정안 #조특법 #선제대응지역 #산업재편 #산업위기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