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동결에 얼어붙은 유틸리티주… 매수의견 ‘실종’

한국전력 주가 연초대비 20%↓
내년 영업손실 4조 넘어설 전망
증권가 6곳 투자의견 중립 그쳐
요금 확정전부터 떨어진 가스주
“전기업종보단 타격 제한적일듯”


정부가 내년 1·4분기 전기요금 및 1~2월 가스요금을 동결하면서 유틸리티 기업 투자를 향한 증권가의 보수적 평가가 상향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 주가는 이미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21일 증시에서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보다 150원(0.71%) 오른 2만1350원에 마감됐다. 지난 20일 오전 정부가 내년 1·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데 따른 여파가 다소간 진정된 모습이다. 동결 발표 당일 주가는 전장 대비 2.53%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초 주가와 비교하면 연초 대비 주가하락률은 20.6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4%의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지수 상승분을 큰 폭으로 역행하는 수준이다.

한국전력 및 유틸리티 업종을 향한 증권가의 투자의견 '중립' 기조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번 동결로 인해 적자 심화가 확실시된 데다 가까운 시기 내 전기요금이 유의미한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낮게 평가되면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1월 15일 3·4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한국전력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 8곳 중 6곳은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 증권사 두 곳 중에서도 한 곳은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 가까이 내렸다.

실제 유틸리티 업종 투자의견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치) 지표는 3.71로, 소재, 건강관리, 산업재 등 총 10개 산업 중 가장 낮았다. 유틸리티 중에서도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 유틸리티 업종 투자의견 지표는 3.39에 불과했다. 총 80개 산업 중 뒤에서 세 번째인 77위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원가 증감보단 국내 물가 등락에 더 큰 영향을 받아왔다"며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최근의 물가상승률 수준과 내년 초 대선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국제 유가 폭락 등으로 인해 약 4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유가는 급등한 반면 전기요금 제자리 걸음은 지속되면서 올해 적자 전환 및 내년 적자 지속은 확실시됐다.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발표한 한국전력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올해 3조6110억원 손실, 2022년 4조9177억원 손실 등이다. 내년 순손실 규모는 4조3175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개월째 한국전력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 중인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4분기 전기요금 동결 당시엔 4·4분기 가이던스가 제공됐고 이후 인상이 단행됐는데 이번 동결에선 향후 전망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어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기요금에 이어 내년 1~2월 도시가스요금도 동결했다. 시장 및 관련 업계에선 가스요금 확정 전부터 동결이 기정사실화되면서 20일 한국가스공사(-3.85%)를 비롯해 서울가스(-1.55%), 경동도시가스(-0.44%), 인천도시가스(-0.72%) 등도 내렸다.

다만 증권가에서 가스 유틸리티 업종이 전기보다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날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날 하락분을 되돌리며 전일 대비 900원(2.40%) 오른 3만8350원에 마감됐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민수용 가스요금의 1·4분기 말 기준 미수금이 3조원까지 상승하겠지만 손익계산서 상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 "최소한 내년 1·4분기까지는 한국전력 대비 한국가스공사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