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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사옥.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기관 투자자들이 현대차·기아에 대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형님' 격인 현대차 주식을 대거 장바구니에 담는 반면, '아우'인 기아는 연일 털어내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더 큰 점 등이 투자심리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관은 현대차 주식을 4449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시장 순매수 1위다.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에 대해선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같은 기간 기아 주식을 2127억원어치 팔아 순매도 4위에 올려뒀다. 현대차와 반대로 3거래일을 제외하고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호실적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열풍이 더해지며 주가가 급등세를 펼쳤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으로 꼽힌 덕분이다. 이달에만 주가가 각각 25.39%, 15.06% 상승하며 처음으로 합산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기아는 2001년 이후 23년 만에 현대차의 시총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시총 41조3703억원으로 현대차(41조1640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5위(
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에 등극했다.
증권가는 현대차·기아에 대한 기관의 상반된 '기아가 현대차 시총을 역전했다'는 부분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20여년 만에 현대차의 몸집을 넘어섰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올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기아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현대차 시총을 웃돌았던 점이 기관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향후에도 '기아가 현대차보다 클 수 있을까' '역전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심리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기아보다 더 풍부하다는 점이 매수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현대차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연구원은 "현재 현대차의 주주환원정책을 보면 기아보다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며 "기아는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자사주 약 2500억원어치를 매입하면서 현대차보다 주가 퍼포먼스가 좋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잠재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할 여력이 더 남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는 정부 정책의 인센티브, 기아와의 시총 격차 축소를 감안할 때 적극적 주주 환원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총회 이후인 오는 4월,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확정되는 시기 등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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