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26' 발간  |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 유출 위협이 맞물리며 범죄 양상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경찰 분석이 나왔다. 경찰은 올해 살인·방화 등 강력 사건과 함께 전세사기·보험사기·보이스피싱·사이버범죄가 동시에 부각된 점에 주목하며 내년에는 비대면·디지털 기반 범죄가 치안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16일 "2026년 치안환경이 관계성·디지털 범죄 확대와 AI규범·국제공조 확대 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압력 구조로 전환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복합 위험의 시대, 치안환경 구조적 전환해야"
경찰청 빅데이터 플랫폼과 전문가 설문 등을 종합한 결과 올해 1~10월 발생한 사건·사고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컸던 '10대 치안이슈'에는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살인 사건 △대전 초등학생 살인 사건 △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건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 살인 사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살인 사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 △신세계면세점 폭파 협박 사건 △지하철 5호선 열차 방화 사건 △용인 수지구 일가족 살인 사건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범죄는 2016년 181만8000건에서 지난해 158만3000건으로 약 13%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활동 정상화와 함께 202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9월 범죄 발생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으며, 내년에도 연 1% 내외의 완만한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강력·절도·폭력 등 전통적 범죄는 대체로 안정적이거나 감소세를 유지하는 반면 지능범죄와 특별경제범죄는 디지털 전환의 영향으로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능·경제범죄 중에서는 전세사기가 심각한 구조적 위험으로 지목됐다. 지난 5월 31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400명으로 집계됐으며 피해 지역은 수도권이 60.3%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세 이상 40세 미만이 42.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전체 피해자의 68%는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30.3%, 오피스텔이 20.8%로 중소형 임대주택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경찰은 범정부 전세사기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특별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험사기 역시 증가세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 늘었으며 일반인의 보험사기 가담 비중이 증가하며 범죄의 조직화·지능화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진화도 주요 위협으로 꼽았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문자 중심의 단순 금융사기에서 벗어나 AI 합성음성, 가상계좌·핀테크, 가상자산 세탁을 결합한 국제형 범죄로 진화했다. 해외 스캠센터를 기반으로 납치·감금·강제노동 등 강력범죄와 결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반면 피해액은 급증하고, 계좌 명의인 검거 비율은 줄어드는 대신 대면편취책·환전책·자금세탁 담당자 검거 비율이 늘어나는 등 범죄의 분업화·고액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AI 확산으로 사이버범죄 고도화 양상
사이버범죄도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이버범죄 발생은 2020년 대비 34.4% 증가했고 올해 9월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22.6% 늘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 탈취를 노린 서버 해킹이 핵심 리스크로 지목됐다. 실제 지난 4월 SKT 홈 가입자 서버(HSS) 침해와 지난 8~9월 KT 가입자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관련 피해가 잇따랐다. 해킹 범죄 검거 건수는 늘고 있지만 서버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AI 확산으로 디지털 성범죄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사이버 성폭력 범죄는 전년 대비 22.4% 증가했으며, 집중단속 기간 동안 3557명이 검거돼 이 중 221명이 구속됐다. 범죄 유형은 딥페이크·아동·성착취물이 대부분이었고, 피의자는 10·20대에 집중됐다.
교제폭력 신고는 지난 8월 기준 6만8324건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고,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는 2024년 9697건에서 2025년 1만2401건으로 27.9% 증가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2025년 9월 기준 1만7891명으로 전년 대비 21.6% 늘었으며 특히 사이버폭력과 협박·모욕·명예훼손 등 기타 유형은 48.6% 급증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 9월까지 2만6434건으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고, 송치 건수도 1만498건으로 11.4% 늘어 향후 가정 외 공간으로 학대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회안정 분야에서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갈등 국면 속 집회·시위 증가가 두드러졌다. 실제 2023년 7만9417회였던 집회·시위 개최 횟수는 지난해 8만8823회를 기록해 11.8% 증가했다. 내년에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쟁점을 둘러싼 집회·시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안보·외사 분야에서는 최근 10년 간(2016~2025년 9월)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119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유출이 86.6%, 해외 유출이 13.4%였으며 해외 유출 사건 중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각각 31.6%, 21.1%를 차지했다. 외국인 피의자는 2만61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499명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14.1%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향후 경찰은 단순 사건 처리기관을 넘어 정밀 치안과 민주적 통제, 국제치안 협력을 아우르는 위험관리·공공안전 플랫폼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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