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의식에서 비롯된 보안 참사
최고 책임자가 나서 대책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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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준(왼쪽)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8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뉴스1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무책임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허술한 보안의식이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퇴사한 중국인 직원이 폐기되지 않은 인증키로 정보를 빼내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누구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고객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문제의 전직 직원은 마음대로 데이터에 접근해 정보를 빼돌렸고, 쿠팡은 사태가 이렇게 커지기까지 까맣게 몰랐다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개인정보가 자신들이 벌어들인 돈이라면 이렇게 보안 관리를 엉터리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직원 말고도 다른 담당자가 정보를 유출했는지도 알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은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1조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개인정보 취득자들이 정보 관리만 철저히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의 출발점도 따져보면 탈취한 개인정보였다.
더욱이 최근 롯데나
KT 등 기업들의 잇단 정보유출 사건이 경종을 울렸는데도 쿠팡은 내부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외부 해킹도 문제지만 은행의 고객 돈 유용 사건에서 보듯이 더 큰 문제는 내부에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었다.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담당자 단속과 보안키 관리를 한번이라도 고려했을 것인데,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의 책임감과 심각성을 느낀다면 최고 책임자가 나서서 사죄하고 후속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인데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지배구조상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한국 대표에게 모든 것을 미룰 것이 아니라 당연히 모습을 드러내어 대책을 설명해야 마땅하다.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많고 보이스피싱 범죄율이 높은 것은 무엇을 말하나. 바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관리하는 기업 등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피해를 당한 개인들이 소송에 나서고 대통령실은 쿠팡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먼저 정보유출에 대한 처벌과 배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응징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예방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제도 보완을 포함한 빈틈없는 대책을 정부와 기업이 세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개인은 모든 것이 털리고 있다고 할 정도로 신상정보가 외부에 노출돼 있다. 해킹 수법도 날로 지능화해 수사기관도 거의 속수무책이다. 나는 범죄를 뛰는 관리와 수사로 잡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안에 대한 인식이다. 이제부터 기업과 정부는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세계 최고의 해킹 피해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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