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시민단체 "전문성 최우선"
KT가 이달 중순 차기 대표 선임 확정을 앞둔 가운데, 현재 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정도로 상황을 잘 알고 통신·보안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적합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가 '인공지능·통신(AICT)' 기업 전환을 내세우며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만큼 정보기술(IT)과 AI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T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최근 1차 서류심사를 통해 33명의 후보 중 16명을 선정했다. 이추위는 이르면 이번 주 내 대표이사 서류심사 대상자 16명을 8명으로 압축하는 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신·보안·IT·AI 능통자 부상
현재 차기 대표 후보로는 KT 내부 사정과 통신·보안·IT·AI에 두루 밝은 KT 전현직 임원이 거론되고 있다.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 윤경림 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등이다.
내부출신 인사들부터 면면이 화려하다. 홍 전 사장은 KT맨 출신으로서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 보안업체인 SK쉴더스까지 두루 거친 인물이다. 기업시장과 소비자시장을 아우르는 통신서비스와 기업용 IT서비스, 최종적으로 대형 보안업계까지 IT분야 전반을 경험하고 리딩했다. KT전신인 KTF 시절 기술기획총괄팀장, 신사업총괄담당 등 요직을 맡은 뒤 삼성전자를 거쳐 삼성SDS로 이동한 뒤 대표로 선임됐다. 대표시절엔 삼성SDS가 클라우드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데도 공을 세웠다.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AI 분석, 기업용 솔루션 등 4대 IT 서비스 분야에 능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윤경림 전 사장은 지난 2023년에도 KT 차기 대표 후보로 지명됐던 인물이다. KT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인터넷TV(IPTV) 출시를 이끈 장본인이다. 미래융합추진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내며 AI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사업 기틀을 닦았다. LG유플러스 전신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 전신 하나로통신을 거쳐 KT로 옮겼다는 점에서 각사 유무선 통신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박윤영 전 부문장도 유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AI 등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공모에서 김영섭 대표와 함께 심층 면접 대상자로 최종 후보 3인까지 올랐다.
■사태 수습 위해 ‘실력’ 중심 인사 필요
업계에선 무엇보다 KT 현 사태를 잘 알고 업무 공백 없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인물이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KT는 무단 소액 결제 사고 및 서버 침해 지연 신고, 불법 펨토셀 접속 방치, 서버 무단 폐기 의혹 등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보안 시스템 전반이 붕괴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추위는 내·외부 출신 여부를 떠나 KT를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최근 "내부 인재가 선택될 때 KT의 지배 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진다"고 차기 대표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KT 노조도 최근 성명을 통해 "차기 CEO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고 통신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KT 리더의 1차 조건으로 전문성을 꼽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KT라는 기업이 움직이는 매커니즘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가 차기 대표로 와야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차기 대표 역량으로 강조했다. 이어 그는 "리더로서 정부 정책 방향에 과감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찰력도 있어야 내외부에 직면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경영 경험도 있고 정부와의 정책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며 "AICT 전환을 위해서는 인프라 위주로 AI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으로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은 "통신 건전성과 보안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고객들에게 어떻게 문제점을 고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를 해줄 수 있는 인재가 차기 대표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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