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이달 공청회서 초안 공개
전파법 시행령에도 기준 불명확
경매가·매출액 반영 비율 제각각
업계 "LTE 고객 줄어 비용 부담"
전문가도 경제적 가치 반영 강조
정부가 조만간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4세대(LTE) 주파수 재할당 발표를 앞둔 가운데 통신업계에선 정부가 이번 재할당에서 과거 경매가격을 고려할지, 매출액(예상매출액·실제매출액)을 따져서 적용할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LTE 재할당을 오는 2028년 진행될 5G 주파수 할당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5G 단독모드(5G SA) 투자를 이끌어낼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공청회를 열고 주파수 재할당 계획과 대가 산정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할당 대상은 내년 6월과 12월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3세대(G)(20㎒)·LTE(350㎒) 주파수로 총 370㎒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155㎒, KT 115㎒, LG유플러스 100㎒ 규모다.
■"주파수 가치 떨어졌는데 부담 커져"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의 핵심 쟁점은 산정 기준을 과거 경매가에 둘지, 매출액 등 경제적 가치에 둘지 여부다. 현재 할당 대가는 '전파법 시행령 별표3'에 의거해 산정된다.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되 재할당의 경우 과거 경매 가격을 고려할 수 있어 정부 재량이 발생한다. 다만 재할당 과정에서 과거 경매가 반영 기준이나 방식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산정의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LTE 대역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 전성기 때 경매했던 가격을 기준으로 값을 치루도록 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이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들이 LTE 재할당 부담이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5G 단독모드 투자 의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LTE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것을 우려해 가격 산정 방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매번 가격 산정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재할당 당시에는 법정 산식에 기반해 예상·실제 매출 기반으로 가격을 산정했지만 2016년에는 예상 매출과 과거 경매가를 모두 고려했다. 2021년에는 과거 경매가를 그대로 적용하되 5G 기지국 구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에게는 가격을 감면해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용자가 줄어든 주파수를 과거 경매와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하면 기업에 가해지는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재할당을 앞둔 LTE 주파수 350㎒폭의 적정 가치가 5년 전 실제 재할당 대가보다 35% 낮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LTE가입자 감소세 등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내년 재할당을 앞둔 LTE 주파수의 가치는 총 2조4819억원으로 추산했다. ㎒당 연간 가격은 약 14억1822억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LTE 가입자는 2021년 12월 4829만명에서 지난 9월 1928만명으로 60% 줄었다.
■"5G 투자 여력 마련토록 배려 필요"
이에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 시에는 매출액 등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고 과거 경매가는 보조 참고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관적 관점에서 봐도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작은 물건을 사더라도 그 가격은 현재 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가 입장에서 과거 경매가를 기준으로 산정해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한다는 정책적 목표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 가치보다 과도하게 비싼 경매가를 반영하면 기업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경매가는 참고만 하는 수준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주파수 생애 주기에 따라 경제적 가치에 맞는 재할당 대가가 산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파수가 없으면 이동통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어 사실상 '의무적 재할당'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전성기 때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싸게 낙찰받은 대가가 10년 뒤에도 정찰제로 유지되는 상황이라 주파수에 대한 '공정가격' 설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 업계 관계자도 "미래 가치 감소가 필연적인 상황인데다 추후 5G 주파수 투자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떤 산정 방식이 나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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