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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수년간 수백조 필요한데… 자금 끌어올 길 없는 기업들 ['금산분리'에 발묶인 AI 경쟁력<상>]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04 댓글0

자칫 대기업의 욕심으로 비칠라
'금산분리 완화' 쉬쉬하는 동안
美·中은 AI에 대규모 실탄 투입
한국도 뒤늦게 투자계획 내놨지만
펀드 등 외부자본 유치에 '한계'


"금산분리요? 지금 저희가 어떻게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당연히 투자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나서서 얘기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재계에서 금산분리는 일종의 '금기어'에 가깝다. 자칫 시장 독점 야욕으로 비쳐 시민단체와 정부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서다.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터부시되는 동안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은 대규모 투자 실탄을 투입해 패권 경쟁에 이미 불을 지폈다.

■수백조 투자계획 밝혔지만…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의 시선은 금산분리 완화 여부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경쟁력 제고에 쏠려 있다. 금산분리라는 화두 역시 그 자체의 정당성을 차치하고 AI 투자 경쟁 속도에 발맞추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저희가 원하는 건 금산분리가 아니라 (대규모 AI 투자라는) 숙제를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AI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섰지만, 문제는 자금조달 방법에 있다. SK그룹은 메모리 수요 증가 및 공정 첨단화 등을 고려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향후 6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역시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와 함께 반도체, AI 등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반면 기업이 쌓아놓은 자금 여력은 빠듯하다. 사내 유보금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미처분 이익잉여금만 봐도 그렇다. 사내 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외부로 지출하지 않고, 투자나 배당 등으로 유출하지 않은 채 사내에 쌓아 둔 잔액을 뜻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4분기 말 연결 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147조142억원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삼성SDS는 8조2975억원, 삼성SDI는 3조7422억원 수준이다. SK는 연결 기준 15조2550억원, SK하이닉스는 90조6101억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쌓아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선 수년 내 수백조원의 실탄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기업들의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금융자본 등 외부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막혀 있다. 일반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만들어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외부출자 비중이 40%로 제한되고 투자대상도 한정적이다.

■설왕설래할 때 해외는 대규모 투자

투자 실탄이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반도체 공장 등 첨단 인프라 구축에 수백조원을 투입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약 450조원(5000억달러)을 투입한다. 오픈AI는 오는 2028년까지 총 5개 부지에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와 T모바일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22조원을 오픈AI에 투자하며, 메타·구글 등도 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산 반도체의 최대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약 223조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웨이퍼팹 6개와 패키징 설비 2개 이상, 연구개발(R&D) 센터를 조성해 미국 내 첨단 칩 생산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 역시 일찍이 지난 2022년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민관 합작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현재 홋카이도에 2나노급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으로, 도요타·소니·NTT·소프트뱅크·키옥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투자라는 변화에 발맞춰 규제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산분리 원칙 자체를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AI 투자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완화가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며 "AI 투자는 큰 규모의 자금이 동반되므로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이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이동혁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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