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확대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 늘어날듯
지난해 자사주 소각 금액이 최근 7년래 최대규모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기업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자사주 제도 개선이 시행되면서 자사주 매입, 소각 이슈가 행동주의의 새로운 명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금액은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4조8000억원에서 1년새 3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2018년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 금액이 18조7000억원으로 전년(8조2000억원)대비 2.3배 늘어난 것에 비해서도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에는 이같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31일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자사주 제도 개선 시행령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밸류업 기대 요인으로 자리잡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주환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IBK투자증권 권순호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시스템적인 기반이 마련된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라며 "자사주 매입, 소각 관련 계획을 이미 공시했거나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사주 추가 소각 유인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미 행동주의 캠페인이 늘어남에 따라 주총에서 실질적인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정기 주총에 상정된 주주안건의 가결률은 2023년 18.1%에서 2024년 27.4%로 높아졌다. 배당 관련 주주제안 가결과 이사 선·해임 안건 가결률 역시 증가 추세다.
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행동주의 대상이 되거나 선제적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자사주 비중이 높고 업종 대비 저평가되거나 낮은 배당성향을 보이는 기업들은 소각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하반기 50%씩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반기 매입은 배당확정일인 오는 3월 19일 다음날 실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기아의 지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지주도 최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올해 들어서도 매일 20만주씩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어 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라며 "총 주주환원율도 44.5%로 확대, 자사주 중심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DB금융투자 이진경 연구원은 "지난 밸류업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기업들이 주주환원의 여력과 의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특히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실행해 온 기업 중 소각으로 확장 의지와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 추가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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