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요청에도 정상회담 의제 안돼"
재계 "정부 뒤늦게 대응… 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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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뉴시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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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건설 현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
"한국인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 한번도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오른 적 없다."
재계는 한미 양국의 무관심 속에 20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했던 '한국인 미국 전문직 비자(입국 사증)쿼터 확대' 문제가 결국, 6조원이나 투입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미국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포함 475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는 초대형 참사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잘못된 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7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인들의 끈질긴 요청에도,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이후, 과거 역대 어느 정부도 미국 비자쿼터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뒤늦게 미국과 비자체계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나섰으나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300여명이나 되는 한국인을 비롯해 총 475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구금했다. 이들 대부분은 비즈니스 목적(상용)으로 단기간 방문할 때 발급받는 비이민 단기 상용(B-1)비자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 신청자만 약 47만명인데, 미국이 연간 H-1B로 발급하는 비자는 약 8만5000개에 불과하다. 호주는 연간 1만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는 1400명의 쿼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에 배정된 별도의 쿼터는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ESTA 제도를 우회로로 이용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지난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한국이 미국 측에 전문직 비자(E-4) 신설을 요구한 바 있으나, 미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전문직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미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우려 때문에 협정문에 최종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정부의 무관심 속에 약 20년이 흘렀다. 사실상, 재계 단독으로 미 의회, 미 정부 설득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한국인 특별 쿼터인 E-4비자(1만5000개) 확보를 목표로 일명 '한국 동반자법'이 지난 2013년 미 의회 발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번에 걸쳐 발의됐으나, 앞선 3번 모두 법안 폐기로 귀결됐다. 지난 2023년 당시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회장과 현재 윤진식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잇따라 미국 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으나, 대미 투자 확대 노력에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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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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