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슈퍼크루즈, 테슬라 FSD 등 자율주행 부각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상대적 소외
정의선 회장 "격차 있지만 중요한 건 안전"
장재훈 부회장 "쫓아가지만 남들 뛰어넘는게 더 중요"  |
|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AV라이드에 공급하는 아이오닉 5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들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국내에 잇따라 출시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와 외국 완성차 업계간 자율주행 기술력 격차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를 비롯해 심지어 중국 완성차업체들에 비해서도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격차를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안전성을 내세운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을 밝혔다. 조급한 국면에 쫓겨 어설픈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내놓기 보다 완벽하게 기술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의선 "자율주행 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일 경기 용인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그룹의 현재 자율주행 기술 현황과 관련해 "저희(현대차)가 좀 늦은 편이 있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저희는 안전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두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 회장의 발언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로드맵이 전략적인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속도전에 돌입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인식이 그룹 내부에 형성된 가운데, 현대차만이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요소를 타진해야만 한다는 의지가 그룹의 수장과 핵심인사들에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GM은 핸즈프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슈퍼크루즈'가 장착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를 한국에 출시했다. 테슬라도 감독형 자율주행(FSD)기술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하면서 레벨 2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시장에 이미 풀린 상태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을 맡은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 겸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42dot) 대표가 사임하면서 그룹 내 자율주행 개발 조직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사장은 SDV 개발 총책임자로서 조직을 이끌었지만, 외부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경쟁력 확보 방안 고민...외부 파트너십 고려
앞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4일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행사 직후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에 대해 "FSD도 그렇고 SDV 보다 그 다음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도 쫓아가지만 남들보다 뛰어 넘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웨이모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로봇 택시를 만들고 있다"면서 "아직은 그냥 일반적인 FSD와 이 부분에 대한 상용화의 거리는 좀 있다. 하지만 기술을 확보하고 내재화시키는 것은 저희 트랙대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고, 글로벌 협업 강화 등을 토대로 격차 좁히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개발 업무를 맡았던 임원을 재기용하거나, 내부 인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내년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자체 개발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협업을 병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독자 기술 내재화와 외부 파트너십을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 차원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조직의 변화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브랜드의 자율주행 기술이 점점 부각되고 있어 그동안 해온 것과 함께 새로운 방향으로 개발 역량을 키울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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