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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이건희의 손편지와 AI 동맹

파이낸셜뉴스 2025.11.04 16:45 댓글0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span id='_stock_code_005930' data-stockcode='005930'>삼성전자</span> 회장, 정의선 <span id='_stock_code_005380' data-stockcode='005380'>현대차</span>그룹 회장과 함께 &#39;치맥&#39;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News1 김진환 기자 &#x2F;사진&#x3D;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그때는 편지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이 편지 덕분에 한국에 처음 오게 됐고, 엔비디아가 한국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25주년 기념행사 무대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 편지 일화다. 이 회장은 이렇게 썼다. “나에겐 3가지 비전이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싶다. 한국의 기술 발전을 위한 최고의 앱은 비디오게임이라 생각한다. 세계 최초로 비디오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관계를 맺고 싶다는 내용이다. 젠슨 황은 이 편지 내용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치맥 친구(Chimak Buddy)'로 소개했다.

이 회장이 편지를 보냈던 1996년. 젠슨 황은 33세 젊은 스타트업 CEO에 불과했다. 당시엔 엔비디아가 만드는 그래픽카드(GPU)는 일반인에겐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부품이었다. 시장에선 36번째 후발주자였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손수 편지를 보낸 것을 보면 장기적인 사업 가능성을 적시에 간파하는 그의 안목이 놀랍다. 엔비디아는 3년 후인 1999년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시총 3조 달러 달성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25년 4개월이다. 윈도 운영체제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37년 10개월)나 아이폰을 만든 애플(42년 6개월)보다 빨랐다.

엔비디아의 고속 성장은 기술 발전이라는 한가지 시각만으로는 모두 이해할 수 없다. 엔비디아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그 성장 배경에는 적시에 맺어진 우군 형성이 큰 역할을 했다. 창립 초기 엔비디아의 구원자는 일본 게임기 제조업체인 세가였다. 세가는 새 게임기 ‘드림캐스트’에 들어갈 그래픽처리장치를 엔비디아에 주문했지만, 엔비디아의 다른 경쟁사만큼 기술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다. 당시 소이치로 이마지리 세가 회장은 중대 결단을 내린다. 경영진으로부터 500만 달러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내 엔비디아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젠슨 황은 “세가의 결정으로 엔비디아는 6개월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100명이 넘던 일반직 직원을 35명의 엔지니어로 줄였다. 이후엔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없이 디지털 설계도만으로 시제품 없이 대량생산에 돌입하는 도박을 해 살아남았다.

젠슨 황이 이건희 회장의 편지를 언급한 시기가 이 즈음이다. 엔비디아는 이 회장과의 소통을 계기로 삼성과 메모리 동맹을 맺는다. 1996년 출시된 ‘지포스 256’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삼성의 GDDR 메모리가 탑재된 뒤 양사가 현재까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후에도 굵직한 파트너십으로 기술 기업으로 우위를 다졌다. TSMC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포함해 2020년대 들어서는 삼성, SK,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해 오픈AI 등 굴지의 기업들과도 동맹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포스 25주년 출시 행사 다음날엔 경주 APEC 현장에서 정부가 낭보를 가져왔다.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칩 ‘블랙웰’ 26만개를 공급받는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에 각각 5만장, 네이버 클라우드에 6만장 등이다. 엔비디아의 성장사와 GPU 대량 공급 소식은 기술 만큼이나 동맹이 그 어느때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기술의 속도만으로는 미래를 선도할 수 없다. 서로가 가진 강점을 연결해 함께 성장하는 동맹의 힘이야말로 새로운 산업 패권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시정 연설에서 'AI 고속도로' 구축을 강조했다. 한국이 다음 시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도 정부는 더 넓고 깊은 협력의 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지속해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업 파트너를 알아보는 안목과 규제를 걷어내는 실용적 마인드가 필수적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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