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상승이었나”…D램 가격 하락에 반도체주 ‘급락’

[파이낸셜뉴스] 이달 초 3거래일 동안 깜짝 상승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컸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결국 또 다시 무너지며 급락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된 데 이어 D램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7000원(6.22%) 하락한 10만55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고점 대비 29.57%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이후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며 급기야 이날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11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지난 12월 2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00원(2.12%) 빠진 7만85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8만29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3.72% 하락하며 다시 '7만 전자'로 회귀했다. DB하이텍(-5.15%), 동진쎄미켐(-5.29%), 원익IPS(-3.95%), 솔브레인(-3.45%) 등이 반도체 관련주들 대다수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반도체주가 흔들린 것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CLSA는 반도체 사이클 하강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언더퍼폼(비중 축소)으로 낮췄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11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렸다.

CLSA는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IT 수요와 데이터 센터들의 재고 축적으로 인해 상승세를 유지해왔는데, 시장 예상치도 강한 수요와 ASP의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PC와 스마트폰 OEM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을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가 PC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4·4분기 메모리칩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영향도 컸다. PC용 D램과 더불어 올 4·4분기 컨슈머 D램과 그래픽 D램도 하락세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이달 초부터 PC용 D램 현물 수요가 점차 약해지면서 스폿 가격이 3·4분기 고정거래 가격보다 10%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며 “4·4분기에는 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뉴욕증시에서도 이 같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 하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5.36%), 램리서치(-3.64%), 엔비디아(-1.77%), AMD(-1.02%) 등 주요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세지며 국내 대형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함께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1조원, SK하이닉스 7000억원 등 두 종목에서만 1조7000억원 어치를 내던졌다.

일부 주력 D램 가격도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8기가바이트(GB) 모듈 고정거래가격은 35달러 수준인 반면 현물가격은 30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단기 내 고정거래가격의 하락과 반도체 업황 및 업체 실적 둔화를 암시하는 시그널로 작용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실적 측면에서도 비매모리 반도체 사업이 3·4분기부터 의미있는 개선을 이루면서 밸류에이션 상승을 견인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 전망은 선발업체인 TSMC와 점유율 격차확대 및 후발업체인 인텔과의 경쟁격차 축소 등의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향후 주가 촉매로 작용해 밸류에이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