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고채 금리가 우상향하는 가운데 기업들 일부는 단기물(CP, 전단채) 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 회사채 대비 단기물 금리 상승폭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 연 2.78%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CP 금리는 지난달 1일 연 2.71%에서 연 2.78%로 소폭(7.0bp) 올랐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그만큼, 불확실한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단기물 투자를 늘리며 CP 가격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고채 3년물의 오름폭은 크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96% 수준이었으나 이달 10일 기준 연 2.865%를 가리키고 있다. 한 달여 만에 26.0bp 올랐다. 채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한 데다 국고채 공급량이 늘면서 국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외국인의 국채 선물의 대거 매도도 원화채 현물 가격을 끌어내리며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0~11월 국고채 발행량은 32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예년 평균(21조6000억원)의 약 1.5배 더 많이 발행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내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내년 1~9월 평균 국고채 발행 예상 금액은 21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20~2024년 평균 발행량은 15조7000억원 수준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한 생산적 금융 지원은 기관은 크레딧물 수급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악재로 꼽힌다. 여러 기관의 돈이 성장펀드 투자에 묶이면서 기관들의 회사채를 사들이는 여력을 줄게 한다는 지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한 생산적 금융 지원으로 수급상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버텼던 크레딧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높은 금리 변동성과 계절적 특수성이 겹치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조기폐장 상태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장기 CP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는 최근 한달 사이 전사적으로 단기물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날 1년 6개월물 총 1300억원 규모 CP를 찍었다. 호텔롯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내 주력기업으로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쇼핑은 지난달 31일 1년 6개월 만기 CP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단기 신용등급은 A1 수준이다. 최대주주는 롯데지주(40.0%)이며 특수관계자가 6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통상 만기 1년물 이상의 CP를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그러나 공모채와 달리 수요예측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미매각 부담이 없다.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CP 발행으로 미매각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은 이날 92일물 8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은 AA- 수준으로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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