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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선수를 IOC위원으로 키운 회장님

매일경제 2020.09.19 08:01 댓글0



고 조양호 회장이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탁구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 이날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제66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별공로상은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현저히 기여한 인물의 공적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올해 새로 제정된 상으로 고 조양호 회장은 최초 수상자다.

대한체육회는 "고 조양호 회장이 생전 보여준 스포츠 사랑과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고인에 대한 추모와 공경의 뜻을 담아 고 조양호 회장을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 이날 고인의 생전 모습과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헌신한 활동을 담은 추모 영상도 상영되며,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도 가졌다.

조양호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했다. 또한 대한탁구협회 회장, 아시아탁구연맹 부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국제기구 피스 앤 스포츠(Peace and Sports) 대사 등도 맡았다.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으로부터 평창 유치확정서를 받고 있는 모습



◆비인기종목 탁구, 다시 날개를 달다

조양호 회장과 스포츠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회장은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 취임했다. 당시 탁구협회는 내홍을 겪고 있었다. 재계 오너들은 협회장 자리를 고사하던 때였다. 하지만 대한항공 탁구단을 운영하며, 탁구에 조예가 깊었던 조양호 회장은 달랐다. 그는 탁구인들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는 탁구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선수 육성과 지도자 양성 제도 정비를 통해 비인기 종목으로 쇠퇴한 탁구의 재도약을 이끌어 냈다. 조 회장이 2008년부터 지난해 4월 별세할 때까지 탁구계에 후원한 금액은 약 120억원에 이른다. 조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탁구계는 고 조양호 회장이 협회장 시절인 지난 2018년, 사상 최초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한국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피스앤스포츠 탁구컵을 후원하며 남북단일팀 결성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 뿐만 아니다. 고 조양호 회장은 유승민 선수가 IOC 선수위원이 되도록 지원했다. 그는 친분 있는 IOC 위원들에게 유승민 선수를 추천하는 한편 유 선수의 영어 면접도 도왔다. 결국 유승민 선수는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IOC 선수위원이 됐다.




2011년 3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선수들이 V리그(배구)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소명의식으로 이룬 평창동계올림픽의 꿈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9년 평창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취임했다. IOC위원이자 재계 1위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면 전이라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조양호 회장은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조양호 회장은 2009년 9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적 대업에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유치위원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까지 조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도 남지 않았다. IOC는 조 회장에겐 낯선 무대였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유치위원장 취임 이후 고 조양호 회장은 2년 가까이 50여 차례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이동한 거리만 해도 지구 16바퀴를 돌 수 있는 64만km에 이른다. 또한 스포츠 외교 무대에 서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개인 과외를 받았고, 한진그룹 엘리트 인력들도 올림픽 유치위원회에 파견했다.

그는 세련된 비즈니스 마인드와 글로벌 항공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기업인으로서의 비즈니스 감각과 매너, 인맥,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고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고 조양호 회장은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2대 조직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IOC 조정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평창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쏟아지던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지웠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2018년 2월 평창의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그는 2016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은 당시 비선실세와 관련있던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의 올림픽 주경기장 시공사 선정을 막아냈다. 조 회장은 누슬리의 시공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고 조양호 회장이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탁구대표단 격려하는 모습



◆대한민국 스포츠 위한 투자 강조

고 조양호 회장은 평소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에게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젊은 피'가 필요하며, 유럽과 같이 체육인 출신의 젊은 선수위원층이 대폭 확대 돼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현정화 전 탁구 국가대표 감독에게 '스포츠 국제 행정가'가 될 것을 조언했다. 당시 현 전 감독은 국제탁구연맹 총회에서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탁구 국제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운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자신이 재단 이사로 있는 미국 남가주 대학(USC)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유능한 스포츠 인재가 미래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맞춤형 코스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현 전 감독이 어학연수 후에 유학을 지속할 경우 이 또한 뒷받침할 것을 지시했다.

조 회장은 2013년 국내 스포츠 담당 언론인들을 미국 L.A.에 초청해 남가주 대학 내 존 맥케이 센터(John Mckay Center) 견학 기회를 갖도록 했다. 존 맥케이 센터는 2012년 8월 개관된 스포츠 시설이다. 선수용 전용 훈련장, 실내경기장, 학습공간, 경기전략 연구공간, 컴퓨터시설 등이 완비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경영에서도부터 스포츠까지 본인이 맡은 영역이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허투루 보는 일 없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고 조양호 회장이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탁구단체전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축하하는 모습



◆대를 이은 스포츠 사랑

조양호 회장의 부친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또한 막후에서 올림픽 유치에 기여를 했다. 1980년 일본 나고야와 경쟁하던 서울의 1988년 올림픽 유치는 불가능해 보였다. 경제력이나 국내 정치상황 측면에서 서울은 일본 나고야 보다 뒤쳐져보였다. 하지만 조중훈 창업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당시 김운용 IOC위원과 함께 아프리카 IOC위원들의 표를 얻는데 기여를 했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88 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운 셈이다.

부자가 대를 이어 올림픽 유치에 기여한 일은 전례가 없다.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중훈·조양호 부자는 비록 고인이 됐지만,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통해 국격이 높아진 데는 한진가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 도움 = 정지규 경일대 스포츠학과 교수 겸 스포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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