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강등.. 살벌한 신용평가, 살아남은 곳은?

최악의 경기전망 속 '등급 상향'된 기업들 높은 수익성·낮은 채무부담 두가지 공통점

내년 경기침체 전망 속에서 신용평가업계가 건설, 철강, 유통, 게임 등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27일 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일대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을 시작으로 다양한 업종에 포진한 기업들 신용등급과 전망을 내려 잡고 있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데다 고물가 고환율 등도 꾸준히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살얼음판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사업다각화, 수익성 제고 등을 통해 ‘등급 상향’이라는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3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대륜이엔에스 단기신용등급 역시 ‘A3+’에서 ‘A2’로 한 단계 올렸다.

양호한 수익성, 채무 부담 개선 등이 공통적 근거다.

김창수 나이스신평 기업평가2실 선임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대해 “사업다각화 및 부문별 양호한 경쟁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 부문은 비교적 낮은 경기민감도를 보이는 명품 브랜드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의류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지난 2016년 이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능력 개선을 바탕으로 투자 및 운전자금 부담에 대응해 차입금을 점진 감축하고 있다”며 “2019년 이후에도 리스부채를 제외한 실질적 차입금 순상환 기조를 유지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일 나이스신평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대륜이엔에스에 대해 “2018년 하반기 상환전환우선주(RCPS), 한진중공업홀딩스 유상증자를 토대로 자금을 조달해 집단에너지 자회사 관련 지분 및 채권 양수, 우발채무 해소, 출자를 진행했다”며 “지난해엔 자회사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채무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 부분 경감됐고 지급 보증 의무도 소멸됐다”고 짚었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오리온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올려 잡고 “지역다각화와 우수한 제품경쟁력에 힘입어 영업기반이 공고해졌다”며 “외형성장과 업계 최고 수익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이익창출력을 유지 중”이라고 분석했다.

기아, 렝에스엠트론, SK엔무브 등도 등급 자체는 유지됐으나, 전망이 안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한 단계씩 높아졌다. 등급전망은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신용등급 변경을 결정하겠다는 사전 지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업종의 내년 사업환경 및 등급전망은 어둡다. 여전한 인플레이션에 금리도 지속 오를 전망인데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KR 미디어데’에서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증권, 할부리스, 저축은행을 산업 평가 기준인 사업환경, 실적방향, 등급전망을 각각 비우호적, 저하, 부정적으로 받은 업종(2023년 전망)으로 꼽았다.

고금리 환경에서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되며, 부동산 경기 하락 및 경기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 결과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 PF 영향이 거셀 것으로 판단됐다.

대기업들도 줄줄이 등급 하락 유탄을 맞고 있다. 실제 나이스신평은 포스코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넷마블, LX하우시스, 넥센타이어 등도 다른 신평사들에 의해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도 등급전망이 강등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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