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이 중국 관현악단과 유럽 투어를 떠나는 이유

中국가대극원 관현악단과 8월 6~15일 영국·스페인·독일 순회공연
韓中 문화 협력 강화…"음악은 장벽 없는 언어, 세계를 가족처럼"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가 5월 19일 오후 부산콘서트홀 대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휘자 정명훈이 중국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공연에 나선다. 이는 최근 개선 흐름을 보이는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중국 국가대극원에 따르면, 중국 국가대극원 관현악단은 창단 15주년 기념 유럽 투어를 진행한다. 이에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도 참여한다.

사실 정명훈과 중국 국가대극원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부산 콘서트홀에서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일본 도쿄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참여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와 공연을 열기도 했다.

정명훈의 이번 공연은 한중 클래식 음악 교류의 범위를 더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명훈은 지난 25일 열린 국가대극원 유럽투어 관련 미디어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음악은 언어 장벽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사소통 장벽이 없는 언어"라며 "이는 세계를 하나의 가족처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소통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여러 장벽이 있다고 말하며 "동아시아만 보더라도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이 가까운 나라 사이에서도 많은 장벽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그럼에도 최근에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부산 콘서트홀에서 중요한 공연을 하게 됐다"며 "중국, 일본, 한국 단원들이 주축이 돼 여러 나라의 악단이 함께 앉아서 연주를 하는 것을 볼 때면 비로소 음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오케스트라와 협력을 하면서 한국, 중국, 유럽 등의 오케스트라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중요한 것은 협업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음악은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중국의 음악도 아니고, 작곡가가 출생한 국가의 음악도 아니며 전 인류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음악가들이 이제는 서양 음악 혹은 세계의 클래식 무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며 "더 이상 한국인이 왜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야 하느냐와 같은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젊은 오케스트라가 큰 발전을 이뤘고, 이들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많은 유럽 오케스트라가 아시아에 와서 그들의 음악을 전달했지만 이제 점점 더 많은 음악 간의 상호 공유가 전세계적 현상이 됐다"며 "최근 리허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해외 투어 공연은 같은 곡으로 다른 나라와 다른 장소, 다른 관객들과 여러번 만날 수 있다"며 "이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관객을 향해 공연하는 것과 다르며, 매우 도전적이지만 좋은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8월 6일부터 15일까지 영국, 스페인, 독일 등에서 5차례의 공연을 개최하는 이번 유럽 투어 프로그램은 중국 작곡가 천치강이 동양 철학의 오행을 서양 관현악으로 해석한 작품 '우싱(The Five Elements)'을 비롯해 생상스의 C단조 제3번 교향곡,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중국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도 참여한다.

정명훈은 "국가대극원과의 협업을 항상 소중히 여겨왔다"며 "이들은 새로운 레퍼토리에 대해 열정을 보여주고 청중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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