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 높다" 입 모으지만
진료비 표준화 미비 등 발목
의료시장 제도 개선 선결돼야
반려동물 개체 수가 800만마리에 달하면서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손해보험사가 시장에 진출했고, 비교·추천 서비스에도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진료비 표준화 등 의료시장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약 1.7%에 불과하다. 스웨덴(40.0%), 영국(25.0%), 미국(2.5%)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반려동물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이 낮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는 기회요인이다. 시장 측면에서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속속 펫보험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이날 반려동물 의료비와 사망, 배상책임 등을 보장하는 '(무)NH펫앤미든든보험'을 출시했다. 향후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도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펫보험 시장의 선두주자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반려동물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동시 입점했다.
올해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비교·추천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시장 1위 업체인 메리츠화재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입점이 결정되면서 상위 5개 손보사(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가 모두 입점하게 됐다. 경쟁을 통한 펫보험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률이 2%에 못 미친다는 의미는 98% 이상의 시장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펫보험 시장이 형성되고 인지도를 높여가는 단계"라고 전했다.
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손보 등 10개 손보사의 올해 일반·장기 펫보험 상품 신규계약 건수(9월 기준)는 6만3113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5만8456건)를 뛰어넘었다. 펫보험 상품 출시로 10개 손보사가 벌어들인 보험료도 55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468억8000만원)보다 많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료시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금은 진료코드 표준화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이 이뤄지지 않아 손보사는 보험료 산정이나 손해율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관련 통계 부족으로 상품 개발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펫보험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펫보험은 진료부를 기반으로 한 치료 내용이 정확히 파악돼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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