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4.5원 상승한 1472.4원으로 출발  |
|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4004.85)보다 96.15p(2.40%) 하락한 3908.70에 개장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91.94)보다 24.49p(2.75%) 내린 867.45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7.9원)보다 4.5원 오른 1472.4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주가가 주저앉으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으며 출발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끊어낼 마땅한 재료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1500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5원 상승한 1472.4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도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 9월 25일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그달 29일 하루를 제외하고 이달 20일까지 35거래일 간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기술주 위험회피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로 옮겨가면서 강달러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원화 가격은 짓눌렸다는 뜻이다.
실제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부상하며 3대 지수가 모두 떨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6.51p(0.84%) 내린 45,752.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 장보다 각각 103.40p(1.56%) 내린 6,538.76, 486.18p(2.15%) 하락한 22,078.05에 마감했다.
전날 엔비디아 자체 회계연도 3·4분기(8~10월) 매출액이 사상 최대인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증시를 끌어올렸으나 그 효과가 하루 만에 사라진 셈이다. 상승 폭이 과했고, 현재 주가도 고평가 돼있다는 시장 참여자들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9월 고용보고서도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지지하지 못하면서 되레 증시 약세 재료로 소진됐다. 9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11만9000명 늘어 시장 예상을 넘어서긴 했지만, 실업률이 4.4%로 오르는 등 혼재된 지표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의 비대칭도 환율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조4682억원어치를 순매도 했으나, 같은 기간 해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43억1400만달러로 전월 동기(46억9900만달러) 대비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순매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임인혁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이달 4200포인트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이후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 목적으로) 집중 매도세를 보인 반면 국내 투자자는 해외 증권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형국”이라며 “이 같은 불균형 심화에 더해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가 확장 재정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 데 따른 엔화 약세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가에서도 향후 환율에 대한 시각이 갈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논리가 약해진 만큼 한-미 금리 차에 의한 원화 절하 압력을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 달러 강세를 촉발했던 시장 스트레스도 양적긴축(QT) 종료 이후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올해 4·4분기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역전된 한미 금리차도 가까운 시일 내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승이 과거처럼 위기로 직결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외화유동성이 안정적이고 단기 부채가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과도한 우려는 경계했다. 이어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미국 관세 부과로 국내총생산(GDP)은 올해와 내년 각각 -0.4%p, -0.6%p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높아진 환율은 이 충격을 완화하고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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