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대국민 설명문' 게재
'반도체 투자방식 유연화' 주장
특정기업 특혜성 허용과 달라
6년간 반도체 투자비 5배 증가
외부 자금 유치해 골든타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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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투자 방식의 유연성(확보)은 국가의 전략 산업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다."
SK하이닉스가 24일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설명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반도체 투자 방식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장문의 자료를 자사 뉴스룸에 게시했다. 지주사인 SK(주)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적용받는 증손회사 규정 완화가 왜 필요한 조치인가 등에 상세히 기술했다. 도표와 그래픽 등을 붙여가며 이례적으로 긴 '대국민 설명문'을 게재한 배경은, 최첨단 AI 반도체 공장,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주사법 개정 추진을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맞춤형 정책'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응하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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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뉴스룸 캡처 |
■기존 자금조달 방식으론 한계 명확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투자의 규모와 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고, 기존 자금 조달 방식(유상증자, 회사채 발행)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 이상이면 허용하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대규모 자금 확보를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SK하이닉스의 요청에 "최태원 (SK그룹)회장의 요청에 일리가 있다. 금산분리 제한은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의 경우 그 문제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라고 답해, 투자완화 논의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논객들을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이어지자, 내부적으로 대국민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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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뉴스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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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뉴스룸 발췌 |
■지주사법 개정 왜 필요한가 SK하이닉스는 설명문에 반도체 투자금액이 6년 만에 5배 증가한 배경, 기존 자금 조달 방식의 한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액이 2019년 당초 120조원에서 600조원으로 5배 증가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공정 미세화와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생산시설 투자가 폭증하면서, 단일 공장의 투자비만 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린룸 3만3057㎡(1만평)당 투자비는 2019년 7조5000억원(용인반도체 클러스터 계획 발표 당시)으로 추산됐으나, 올해 SK하이닉스 청주 M15X 공장의 경우 20조원으로 불어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중이 AI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소위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며, "미중은 우리가 투자하는 액수에 0을 1~2개(10~100배)는 더 붙이고, 속도경쟁도 아주 치열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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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연합뉴스 |
SK하이닉스는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전쟁'에 있어 투자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라며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투자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제시된 대안이 SPC(특수목적법인)를 활용한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외부 자본을 유치해 자회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었는데,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은 이를 완화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이 금융사를 보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SPC는 금융업이나 자산운용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한시적 구조"라고 선을 긋고, "SPC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금산분리 훼손과 전혀 무관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심사 및 승인 절차도 마련돼 있어 공정위와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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