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사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반도체 수장들을 잇따라 만난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반도체 초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슈퍼 을(乙)'로 불린다. ASML CEO가 직접 방한한 만큼, 이번 회동에서 국내 반도체사들과 만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푸케 CEO는 이날 오전 경기 화성 송동에서 열리는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한 뒤 오후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을 만났다. 전날 푸케CEO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만났다.
특히 이번 만남은 글로벌 장비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가 재구성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부터 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최근에는 구형 장비에 대해서도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ASML 입장에서는 중국향 장비 수요가 제약된 상황에 한국 고객사의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이 맥락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단순히 장비 구매 기업을 넘어 새로 형성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비·공정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SML의 최첨단 '하이 NA 극자외선(EUV)' 장비를 반입하며 최선단 공정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이 NA 장비를 설치한 데 이어 연내 양산용 장비를 한 대 더 추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양산용 하이 NA 장비를 이천 M16팹(공장)에 반입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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